우리금융경영연 “올해 기업들 영업이익 30% 감소”… 수요 회복 기대 어려워
“전망이요? 일단 살아 남는 게 우선입니다.”
플라스틱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모(52)씨는 올 하반기 사업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주문과 판매량은 줄어들고, 그만큼 쌓여가는 재고를 보면 울화통만 터진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는 하소연이 컸다. 박씨는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며 “그저 버티는 수밖에 방법이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미중 무역갈등, 일본 경제 보복 등 대내외 대형 악재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패닉’에 빠졌다.
29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하반기 기업의 실적과 주요 산업의 업황 전망’ 보고서는 밑바닥이 드러난 우리 경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고서는 일단 올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작년과 비교해 3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상반기 36.7%, 하반기 21.9% 가량 이익이 줄어들 거란 예상인데,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종과 철강 분야의 극심한 부진을 점쳤다. 김수진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D램 가격이 상반기에만 50% 이상 하락했다”며 “공급과잉이 심각하고 누적된 재고 규모가 커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하반기에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부문 하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9%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수요부진과 이에 따른 재고 증가가 올 하반기 기업 실적의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 회복 역시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심건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분쟁이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고 양국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기업의 투자와 소비심리가 회복되는데 시차가 존재해 하반기에도 수요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중에서도 재고자산 축적은 가장 ‘위험한 폭탄’으로 평가된다. 재고부담이 높아질 경우 재고자산의 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기업들은 결국 재고 해소를 위해 판매가격을 인하하는 등 제살깎기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익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을 위한 신규 투자 여력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재고부담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고, 음식료나 기계업종도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재고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라 일본산 중간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으로서는 생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기업 경기 전망은 당연히 최악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를 조사해 이날 결과를 내놓았는데, 8월 전망치는 기준선인 100을 훨씬 밑도는 80.7이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76.1) 이후 10년 5개월만의 최저치였다. 김윤경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비제조업에 비해 제조업의 부정적 경기전망이 컸고 특히 주력산업인 중화학 공업의 전망이 2009년 2월(61.0) 이후 가장 낮은 71.9로 나타났다”며 “하반기 경제위축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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