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 분란의 불똥이 정치개혁안과 사법개혁안으로 튈 조짐이다. 양당이 분당 위기에 빠지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공조’가 예측불가의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선거법 개정,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개혁 입법을 양당과 손잡고 관철시킨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그러나 바른미래ㆍ평화당의 내분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제로섬의 기득권 전쟁인 만큼, 양당 입장에선 ‘개혁 입법 공조’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29일에도 맹렬하게 싸웠다. 두 당 모두 분당 수순에 들어 갔다고 봐야 한다.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서로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 등 당의 간판 인사들이 전부 윤리위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당직자를 임명하며 당권 사수 의지를 드러냈고, 비당권파는 손 대표를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평화당 비당권파인 ‘대안정치연대’는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섰다. 연대 소속 의원들은 이날 정대철ㆍ권노갑 등 평화당 고문단과 회동하는 등 힘의 우위를 과시했다. 당권파는 대안정치연대 결성을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조만간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의 내분은 집안 문제로 끝나지 않는 사안이다. 두 당이 사분오열하면서 개혁 입법 공조를 둘러싼 국회 전망이 ‘시계 제로’가 됐다. 손학규 대표와 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 두 당의 당권파는 민주당에 협조하는 기류인 반면, 반대파들은 민주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한국당에 맞서 바른미래당ㆍ평화당과의 공조 전략을 짜야 하는 민주당은 고민에 빠졌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우리 당과 바른미래ㆍ평화ㆍ정의당 등 4당이 함께 개혁 입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던 지난 해 말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표 계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략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개혁 입법을 다루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모두 활동 시한이 8월 말까지다. 그러나 두 당의 분란은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일부 의원들은 연말쯤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각자도생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두 당 의원들이 뿔뿔이 흩어질 경우, 정치개혁안과 사법개혁안의 운명이 달린 ‘패스트트랙 입법 공조’의 동력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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