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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피해 배상하라” ... 정부, 지자체 이례적 공동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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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피해 배상하라” ... 정부, 지자체 이례적 공동소송

입력
2019.07.30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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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콘 담합 피해 40여 정부기관, 공동 손해배상 청구 

 손해 산정 등 현실적 어려움으로 피해자 구제 어려워 

 “정부 아닌 민간 업체 피해 도울 방안 절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입찰 담합으로 피해를 본 40여곳의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담합 업체를 상대로 이례적인 공동 소송에 나섰다. 그간 담합 가담자는 정부로부터 처벌을 받으면서도, 정작 담합 피해자는 현실적 한계로 피해를 배상 받기 어려웠다. 최근 일고 있는 피해기관들의 공동 맞대응 움직임이 향후 ‘담합피해 구제’에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대전광역시와 충남 지역 지자체,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등 41개 기관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스콘 입찰담합을 한 3개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공동 제기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대전지방조달청 입찰에서 담합한 대전ㆍ세종ㆍ충남지역 3개 아스콘조합(충남아스콘조합ㆍ서북부아스콘조합ㆍ중부아스콘조합)에 과징금 54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2014~2015년 아스콘 입찰에서 투찰 수량 비율을 미리 합의한 뒤, 입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담합으로 입찰을 통한 가격 경쟁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따른 피해자가 발생하면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그러나 피해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담합으로 어느 정도 피해를 봤는지 산정하기 어려운데다, 소송비용까지 따져보면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도 담합 사실에 대한 제재는 하지만, 담합에 따른 경제적 실익을 따로 산출해 주지 않는다.

대전ㆍ세종ㆍ충남지역 아스콘 입찰 담합 개요. 그래픽=박구원 기자
대전ㆍ세종ㆍ충남지역 아스콘 입찰 담합 개요.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례적인 이번 공동 소송은 피해기관을 대신해 입찰을 진행했던 조달청이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 대리는 정부 법무공단이 맡았다. 이들은 우선 손해배상 금액으로 2억100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사건의 경우 합의부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2억원 이상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피해액과 청구액은 법무공단의 감정평가가 이뤄진 이후 산정될 예정이다.

법무공단은 공공 전용회선 사업에서 서로 돌아가며 한 업체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담합한 KT 등 통신3사에 대한 공동소송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이 조달청이 발주한 국가정보통신망 백본회선 구축사업 등 12개 사업에서 들러리 입찰을 하고 다른 사업자에 일부 회선을 떼 주는 등의 방식으로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총 133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부도 담합 피해자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담합 피해자가 실제 발생한 손해액의 3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9월 시행 예정이다. 지난해 ‘공정거래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피해자의 증거확보 능력을 높이기 위해 손해배상소송에서 기업의 자료제출 의무를 공정거래법에 규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조달청 사업 피해자들의 공동 소송과 달리, 실제로 민간 피해 기업이나 소비자들은 담합 가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소송은 정부와 공공기관이었기에 비용이나 사후 불이익 등을 신경 쓰지 않고 적극 나설 수 있었지만 피해자가 민간기업 또는 소비자 개인이었다면 손해 입증부터 어려움을 겪으며 포기하기 십상인 게 현실이는 지적이 나온다.

이황 고려대 교수는 “담합 피해자 스스로 손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입증을 하더라도 그 비용이 손해배상 비용보다 더 큰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담합 피해자가 쉽사리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는 것은 입증 비용 문제 때문"이라며 “단체소송 도입 등으로 피해자들이 비용을 나눌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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