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빈민이 삶터 쓰레기산을 떠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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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빈민이 삶터 쓰레기산을 떠나는 이유

입력
2019.07.29 17:44
수정
2019.07.2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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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동부에 위치한 '가지푸르' 지역의 쓰레기산. 힌두스탄타임스 캡처

인도 수도 뉴델리의 동쪽 가지푸르에는 높이 65m, 축구장 40개를 합쳐 놓은 규모의 거대한 쓰레기 산이 있다. 15년간 이곳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수집하며 자녀 7명을 키워 온 암비야 카툰(46)은 지난 삶의 터전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최근 결정했다. 전 세계 재활용 폐기물의 절반가량을 수입했던 중국이 지난해 돌연 ‘수입 중단’을 선언한 뒤로 쓰레기 값이 폭락해 더는 생계를 꾸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쓰레기 수요국’이던 중국이 최근 해외에서 수입하는 재활용 폐기물 양을 급격하게 줄이면서, 그 나비효과로 쓰레기를 수집해 먹고살던 인도의 빈민층 수백만 명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의 정책 변경으로 인해 수요는 급감한 반면, ‘세계 최대 쓰레기 생산국’인 미국은 지속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탓에 “세계 폐기물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WSJ에 따르면 빈민층의 쓰레기 수집부터 공장에서의 재가공 단계까지, 인도의 폐기물 재활용 산업은 연간 250억달러(약 30조원)라는 막대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인도의 ‘쓰레기 산업’은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일 뿐 아니라, 극빈층들에도 가난을 벗어나는 생계 수단이 돼 왔다. 우리나라처럼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폐지 등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는 이들부터, 공사 현장에서 철근이나 벽돌을 수집하는 사람들, 심지어 가발 제작 용도로 머리카락만 모으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해 1월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하면서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폐기물 값은 폭락했다. 인도 현지에서는 시가로 따지면 과거 플라스틱 1㎏이 45루피(약 770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인 25루피(약 430원)로 떨어진 상황이다. 폐플라스틱을 재가공하는 업체 역시 저가에 허덕이고 있다. 예전에는 ㎏당 80루피였던 플라스틱 알갱이 가격이 지금은 45루피로 반 토막이 났다.

인도 ‘쓰레기 산업’의 위상을 단편적으로 보여 주는 지점은 산업의 흥망이 인도인들의 ‘이주 경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WSJ는 예전에는 수천 가구가 쓰레기를 수집해 먹고살기 위해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역으로 귀향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카툰이 살았던 가지푸르 쓰레기산 주변의 슬럼가에서도 최근 5가구 중 1가구 정도가 떠났다.

앞선 중국의 정책 변경은 자국 재활용 업체들이 중국 내에서 배출된 폐기물을 우선 소비하도록 촉진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미국 등 선진국이 만든 쓰레기를 더 이상 ‘대신 떠맡지 않는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재활용 산업의 부흥을 다룬 ‘고물상 행성’의 저자 아담 민터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를 포함해 여러 나라는 중국 덕분에 폐기물 수요와 가격 모두가 높았던 시절 이 산업에 뛰어들었다”면서 “이제 이들 모두 (폐기물 시장에서) 탈출해야 할 때”라며 중국에 의존적인 글로벌 폐기물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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