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사례집’
“비정규직일 때는 업무 구분 없이 일급제로 임금을 받았어요.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직무별로 기본급이 생기고 승급에 따라 임금도 오르게 됐어요. 열심히 하면 승급도 된다고 하니 업무에 대한 집중력과 책임감도 높아졌습니다.”
2017년 8월부터 기간제 근로자로 부산 기장군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근무했던 A씨가‘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밝힌 소감이다. 그는 기장군의 실ㆍ내외 체육시설 등을 위탁 관리ㆍ운영하는 기장군도시관리공단 소속이다. 이 공단은 최근 사회복지사, 주간보호요원, 청소년지도원 등 직종에 대한 직무분석을 거쳐 A씨 등 21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으로 바뀐 이들은 일급제였던 임금이 직무급제로 개편됐고, 1~6등급의 승급단계가 생겼다. 기간제 때보다 임금은 평균 14% 상승하는 등 처우도 나아졌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추진 2주년을 맞아 29일 고용노동부가 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사례집’에는 노사ㆍ노노 갈등을 줄이며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15개 기관 사례가 담겼다. 고용부는 정규직 전환의 안착 요인을 △적극적 갈등 관리 △직무 중심 임금체계 도입ㆍ안착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ㆍ운영 △공정한 전환과 체계적인 인사관리로 꼽았다.
특히 15개 기관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시교육청 등 10개 기관은 직무 중심 임금 관리 체계나 복무규칙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급 도입’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안착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기 수원시 역시 직무급 도입으로 정규직 전환이 성공한 사례다. 수원시는 재정부담 때문에 480명의 전환인원에 호봉제를 적용하지 못했지만, 직무등급을 4등급으로 나누고 근무 연수와 업무 평가에 따라 6단계로 임금이 인상되는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시설물청소ㆍ도서상호대차, 경비원ㆍ도서자료정리ㆍCCTV 관제원ㆍ매표 및 안내, 콜센터 전화상담, 가사 홈서비스 등으로 직무 간 차이를 두되 승급할 수 있도록 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간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오랜 설득 끝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수원시 노사전문가협의회 전문위원이었던 강영수 노무사는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임금체계와 정년 문제는 민감해서 합의가 쉽지 않았다”며 “(임금체계 변화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기관이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 전환을 하고 있어,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간접고용이 유지된다는 반발이 큰데, 자회사 설립 후에도 직무중심 임금체계를 활용해 근로자 간 임금 갈등을 줄이려 노력 중인 사례도 있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자회사로 전환된 근로자는 정부가 고시한 시중노임단가 기준으로 단일임금체계, 모회사 전환 근로자는 ‘직무급 60%+호봉급 40%’ 체계로 혼합 설계했다. 다만 자회사는 대구도시철도공사가 전액 출자해 설립하고, 용역업체에 지출했던 관리비가 절감된 몫은 자회사 소속 근로자 임금과 복리후생비로 쓰기로 했다.
정규직 전환 시 노사 갈등을 줄이려면 직무중심 임금체계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도 지적한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장은 “가령 A기관과 B기관에서 각각 건물청소를 하던 용역 근로자의 임금이 100만원 이상 차이 난다면 왜 이런 차이가 존재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며 “예산(인건비)이 한정된 상황에서 대규모 인원을 빠른 시간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직무표준을 정하고 임금을 책정하는 표준임금체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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