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침체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어려움을 겪는 ‘국민 횟감’ 제주 양식광어가 일본 수출 전망까지 어두워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최근 일본 정부가 한ㆍ일 갈등 악화 등의 영향으로 한국산 수산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등 보복조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한국에서 수입하는 광어 등 수산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 검역 비율을 20%에서 40%까지 확대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1년부터 광어에 기생하는 쿠도아충을 식중독 원인균으로 지정해 한국산 넙치의 20%에 대해 검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 검역 비율을 40%까지 확대한 것이다. 검역비율이 확대되면 검역 시간도 늘어나 광어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품질저하로 인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본은 제주 양식광어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전체 수출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도 관계자는 “일본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등 중앙 정부의 대응에 따를 방침”이라며 “일본 정부의 수산물 검역강화와 한ㆍ일 관계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2011년부터 제주산 양식 광어에서 쿠도아충이 발견되면 해당 양식업체에 대해 명령검사 등을 통해 사실상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도내 37곳의 양식업체가 일본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 쿠도아충이 식중독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과학적으로 위험성은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이번 일본 정부의 검역 강화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 판결과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의 여파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제주산 광어의 일본 수출은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이 검역을 강화한 지난달 이후로 아직 제주산 광어 수출량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올해 6월 제주산 광어의 일본 수출량은 107톤으로, 전월(110톤)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03톤)보다는 증가했다. 그러나 수출량만 소폭 늘었을 뿐 수출금액은 89억원으로 지난해 106억원에 비하면 23.9% 감소했다. 이는 양식광어 수출가격이 지난해 6월 ㎏당 1만3,120원에서 지난 5월 8,371원까지 하락하는 등 수출금액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주광어 일본 수출량은 2009년 4,220톤 이후 2014년 2,678톤, 2015년 2,254톤, 2016년 2,304톤, 2017년 2,070톤, 2018년 1,878톤 등으로 감소 추세다.
제주산 광어의 국내 소비도 침체에 빠지면서 양식어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제주산 광어의 출하가격은 지난해 7월 1㎏에 1만2,194원에서 올해 1~2월에는 생산원가(1만1,000원)에도 못 미치는 8,500~9,000원까지 하락했다. 이어 지난 4월 1만원대까지 가격을 회복했지만 지난달에 다시 8,00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제주광어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경기 위축과 함께 노르웨이산 연어와 일본산 방어 등 경쟁 횟감의 수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도 관계자는 “제주산 광어의 가격 안정을 위해 제주어류양식수협을 통해 소비촉진 3개 사업에 4억3,0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특별할인 판매행사를 비롯해 해외 판촉, 대충매체 홍보사업 등 다양한 소비촉진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