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확정돼야 본예산도 확정… 국회 ‘심의 합의’는 했지만 여전히 미지수
본예산 제출 시한 한달 앞으로… ”원안 통과 안 되면 복잡해져”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90일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내년도 본예산 편성 작업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추경이 어떻게 통과되느냐에 따라 내년 본예산 내용이 바뀌는데, 추경 통과가 늦어지는 가운데 본예산 제출일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여야 대립으로 96일째 방치돼 있다. 다음달 9일이면 역대 최장 계류 기록(2000년 추경 107일)을 뛰어넘는다. 일각에선 사상 처음으로 추경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작년까지 26년 동안 24건의 추경안이 제출됐지만, 추경안이 무산된 전례는 없다.
추경이 표류하면서 내년도 나라살림 수립계획도 난항에 빠졌다. 내년 본예산은 올해 추경 내용과 맞물릴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을 8월말까지 완료하고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추경 규모와 사업내용이 확정 돼야 내년 예산도 구체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정부는 추경 통과 지연에 따라 사업규모가 축소된 일부 사업들의 규모를 구조조정한 뒤 내년 본예산에 넣을지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이 통과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본예산을 짤 수는 없지만 본예산 제출 전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복잡해진다”고 귀띔했다.
6월 임시국회가 지난 19일 빈손으로 끝난 지 10일 만인 이날 7월 국회가 열렸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추경 통과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안보국회와 함께 추경처리에 합의했다.
하지만 규모와 사업내용에 대한 합의까지 이를지는 임시국회가 열려봐야 알 수 있다. 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제대로 된 추경안을 가져오라”고 요구, 이미 제출된 추경안을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상태여서 입장 전향이 없다면 7월 국회에서도 정부의 원안 통과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시간이 생명인 추경의 효과는 이제 큰 기대를 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추경안 제출 당시 ‘5월 중 원안 통과’를 전제로,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성장률 전망이 2.6~2.7%였다. 그러나 이후 대내외 경제 환경이 더욱 악화하면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2.4~2.5%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이 역시 ‘7월 추경 원안 통과’를 전제로 한 전망치인데, 최근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더해지고 추경은 무산 위기까지 내몰리면서 성장률 전망치 달성 가능성은 하루하루 더 줄어들고 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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