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노쇼’에 팬들 “K리그는 원할 때 볼 수 있잖아”
[저작권 한국일보]26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선발팀 선수들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왜 나만…”

인기 만화 ‘드래곤볼’의 조연인 크리링은 인간계 최강의 전투력을 가졌지만, 외계에서 온 손오공에 주인공을 뺏기고 적에게 죽임을 당하는 역할만 맡았다. 하지만 드디어 크리링(K리그)에게도 반격의 기회가 찾아왔다. 손오공(크리스티아누 호날두ㆍ34ㆍ유벤투스)이 태양권을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호날두의 ‘노쇼’ 사태로 국내 축구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6만5,000명의 관중들은 친선전 도중 호날두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32ㆍ바르셀로나)의 이름을 연호하며 등을 돌렸다. 길게는 10년 넘게 호날두만을 바라봤던 팬들이 짝사랑의 아픔을 깨달았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다. “해외축구 스타 좋아해서 뭐가 남느냐”라는 자조가 “마음 먹으면 갈 수 있는 K리그나 보러 갈까”의 호기심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로 K리그 대표 스타들을 모은 ‘팀 K리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 8연패에 빛나는 명문 유벤투스와의 친선전에서 시종일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전반전 오스마르(31ㆍ서울)의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슈팅에 이은 선제골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대구 가장’ 세징야(30)는 ‘유튜브 스타’ 김보경(30ㆍ울산)과의 환상적인 팀워크로 추가골을 넣고 ‘호우 세리머니’를 펼치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리그 득점 1위를 달리는 타가트(26ㆍ수원)도 명불허전 팀의 3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세징야(오른쪽)가 팀 K리그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팀 동료들과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일명 '호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뿐만 아니다. 믹스(29ㆍ울산)는 중앙을 휘저었고, 든든한 조현우(28ㆍ대구)가 골문을 지켰다. 베테랑 이동국(40ㆍ전북)과 박주영(34ㆍ서울)이 아직도 전성기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 K리그다. TV 예능에서만 볼 수 있었던 나은ㆍ건후 아버지 박주호(32ㆍ울산)가 현역 선수란 걸 처음 알게 된 팬들도 있었다.

경기장 혹은 TV로 경기를 시청했던 축구팬들은 “세징야 잘하네, 오스마르는 누구야, 다 처음 들어봐”하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K리그나 한 번 보러 가볼까”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K리그 팬들이 뉴비(초보자)를 위한 입문 방법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28일 축구 커뮤니티사이트 에펨코리아(펨코)에 올라온 작성자 ‘K리그홍보대사(닉글일치)’의 ‘올스타전을 계기로 관심 가지는 뉴비들을 위한 K리그 직관 가이드’는 K리그 티켓 가격은 성인 기준 1만원선, 경기장엔 상대팀 유니폼 색만 제외하면 아무거나 입고 가도 된다고 설명한다. 응원팀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물음에 ‘K리그홍보대사’는 “이 부분은 정답이 없다. 그냥 마음 가는 팀을 응원하면 된다”라면서도 “다만 개인적으로 추천해드리는 건 집에서 가까운 팀을 응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직도 벤치의 인상파(호날두)를 옛날의 손오공으로 그리워한다면 속고 있는 것일 수도. 사실 베지터(호날두)가 손오공(메시)인 척한 게 아니었을까. 이젠 우리의 크리링도 좋아해줄 때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울산에서 제주로 이적한 오승훈이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영입 오피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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