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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술행정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입력
2019.07.30 04:40
수정
2019.08.01 15: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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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제주도 전역에서 열린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사진은 지난해 페스티벌 공연 전경.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지난 6월에 제주도 전역에서 열린 제12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사진은 지난해 페스티벌 공연 전경.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제공.

얼마 전 제주에서 열렸던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한국문화예술계의 문제점을 낱낱이 보여준 사례다. 전국 문예회관 관계자, 국내와 예술단체 및 공연기획사, 문화예술 관련 기관, 공연장 관련 장비업체들이 모이는 중요한 이 행사에서 드러난 모습은 눈을 의심하게 한다.

우선 세금으로 열리는 행사지만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은 형편없었다. 쇼케이스를 하는 예술인이나 예술단체들에게 지원되는 것은 공연장비와 물류이동뿐이었다. 항공료, 연주비, 숙박비 등을 모두 예술인들이 부담해야 했다. 공연기획사도 부스를 설치하려면 크게는 275만원, 작게는 27만5,000원의 등록비용을 내야 했다. 10억이 넘는 예산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알 수 없다. 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서 자랑하는 업적은 이 행사가 끝난 후 체결된 '가계약'들이다. 몇 백 건의 가계약들이 과연 얼마나 실제 계약으로 진행되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예술가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준비한 쇼케이스도 공연 관계자 없이, 동원된 학생과 다른 연주자들이 청중석을 채웠다. 국가문화지원은 공연계의 숨통을 틔워주는 감로수지만 자생력 강화를 위해 점차 줄인다고 한다. 예술가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국고지원을 무슨 명목으로 이들은 이리도 쉽게 책정받을 수 있었을까.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은 예술가들을 더욱 절망에 빠트리게 한다. 문체부 간부와 직원에 대한 그 절절한 연민을 블랙리스트로 고생했던 예술가들에겐 보여주지 않는다. 불의에 앞장선 사람들을 장관이 예술가들을 대신해 용서하고 격려하고 있다. 전 정권의 위안부 문제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유인택 예술의 전당 신임사장은 적극적인 투자유치를 한다면서 10만 골드회원(연 10만원) 유치를 목표로 하였다. 지금 예술의 전당의 문제는 해외의 중요 공연장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국가 보조와 예술가를 위한 행정 및 지원의 부재다. 그가 예술의 전당에 취임할 당시에 ‘음악은 잘 모른다’라고 선언했지만, 문화계는 그의 정치적 역량과 수단은 믿고 지켜봤다. 유 사장으로부터 회원가입 권유 편지를 받은 예술가들은 가입하지 않으면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더구나 확보한 예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쓸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조차 없다.

한국 주요 문화기관에서 근무하는 대부분 행정직원은 예술을 '경영'하고 있지만, 예술가들을 위해서 노력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원사항을 문의할 때 예술단체 스스로 자생해야 한다고 대답하는 기관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월급이 어디서, 왜 나오는지 상기해 보길 바란다.

지난 정권의 붕괴를 촉발했던 문화예술인에 대한 블랙리스트 사건을 보면서 아무리 정권의 최상부에서 압력을 가한다고 한들 저렇게 정밀하고 조직적으로 탄압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항상 궁금함이 있었다. 예술가들을 제어하는 것은 오랜 경험과 방법 없이는 성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달라지기는커녕 더욱 힘들어지는 문화계의 상황을 보고 있으니 무엇이 문제이고 적폐였는지 알게 되었다. 지난 정권이나 현 정권도 예술을 정권의 선전도구로 생각하며 진영논리로 묶고 있고, 예술을 위하는 자세나 능력보다는 정권의 정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측근들이 주요 단체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의 상전으로 군림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철저한 비호가 그것이다. 암담하고 참담할 뿐이다.

류재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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