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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신동’으로 끝난 또 한 명의 모차르트(7.30)

입력
2019.07.30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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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레오폴드(오른쪽)가 지켜보는 앞에서 마리아가 동생 모차르트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화가 조안 크로체의 1780년 작품.
아버지 레오폴드(오른쪽)가 지켜보는 앞에서 마리아가 동생 모차르트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화가 조안 크로체의 1780년 작품.

클라라 슈만은 36세(1855년) 이후 작곡을 중단했다. 어려서부터 화성, 대위, 작곡 등 음악 이론과 피아노 바이올린 연주를 익혀 남편 슈만의 질투 어린 인정을 받던 그였지만, 그에겐 가족 생계가 더 다급했다. 만년의 그가 자신에겐 창조적 재능이 없다며 “여성이 작곡이라니 가당키나 한가. 그런 이가 한 명이라도 있던가”라고 말한 건, 자학이거나 내면화한 젠더 차별이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5년 위 누이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Maria Anna Mozart, 1751.7.30~ 1829.10.29)는 클라라보다 근 100년 앞선 고전주의 시대를 살았다. 음악가 아버지 중에서도 극성맞기로 유명한 아버지 레오폴드 덕에 마리아는 7세 무렵부터 하프시코드와 포르테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는 동생 볼프강이 롤모델로 알던 신동이었다. 레오폴드는 남매를 데리고 빈과 파리, 런던 등지로 연주여행을 다녔고, 공연 안내 포스터의 가장 돋보이는 자리에 마리아가 놓이곤 했다.

하지만 그의 연주여행은 18세 무렵 끝났다. 결혼 적령기였다. 성인 여성의 대중 음악활동은 스캔들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그는 32세이던 1783년 5자녀를 둔 치안판사인 홀아비와 결혼, 3남매를 낳아 모두 8남매를 돌보며 생을 보냈다.

모차르트 일가의 이야기는 가족 간 편지 100여통을 통해 얼마간 알려져 있다. 연주자로서의 삶이 중단된 뒤 마리아는 작곡에 전념, 악보를 동생에게 보내 극찬과 함께 계속 작곡하라는 격려를 받은 이야기도 거기 등장한다. 1764년 편지에서 레오폴드가 어린 마리아를 두고 “악보에 대한 완벽한 통찰로 놀라운 하모니를 구현해 내는(…) 전 유럽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기량을 지닌 연주자”라고 평한 구절도 있다.

2016년 ‘The Other Mozart’라는 연극에서 마리아를 연기한 제작자 겸 배우 실비아 밀로(Silvia Milo)는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셰익스피어의 가상의 누이에게 투사한 것이 단순한 가정이 아니었음을, 저 연극을 통해 이야기했다. 밀로는 마리아의 곡이 단 한 편도 남아 있지 않은 사실에 주목하며, 어쩌면 동생 모차르트의 작품 중 일부가 마리아의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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