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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사교육 조장ㆍ귀족학교 아냐” vs “명문대 입시에만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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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사교육 조장ㆍ귀족학교 아냐” vs “명문대 입시에만 치중”

입력
2019.07.29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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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고 유지ㆍ폐지 입장 들어보니 

교육부가 지난 26일 자율형사립고인 전북 상산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전북교육청의 결정에 제동을 걸면서, 자사고 존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8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명령한 서울시교육청 결정에 대한 교육부의 최종판단이 다음달 1일로 예정돼있어 논란은 확대될 전망이다. 자사고가 학생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학교라는 찬성 입장과 고교서열화를 심화시키는 학교라는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철경(대광고 교장)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구 대광고 교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부가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맞춘 수월성 교육을 ‘편가르기’나 ‘서열화 조장’이란 근거 없는 프레임을 씌워 폄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재훈 기자
김철경(대광고 교장)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동대문구 대광고 교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부가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맞춘 수월성 교육을 ‘편가르기’나 ‘서열화 조장’이란 근거 없는 프레임을 씌워 폄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재훈 기자

2013년부터 자율형사립고인 대광고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정부가 자사고를 ‘적폐’로 단정해 ‘입시기관’ 같은 근거 없는 폄하를 일삼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_교육부가 전북 상산고의 자사고 지위는 유지시켰다. 서울 자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명박 정부 때 대거 지정된 서울 자사고들에 ‘서열화 조장’이란 죄목을 뒤집어 씌워 없애겠다는 거다.

소위 명문대 입학을 무조건 최고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이미 사회에 대학입시가 존재하는 한 학생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얻게끔 도와주려는 노력을 ‘입시학원’이란 평가로 폄하시키면 안 된다.”

_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이 13개 자사고 중 8개의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예상했나.

“지난해 말 교육청이 통보한 평가지표와 기준점(70점)을 통과할 자사고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잣대를 들이댄 평가였다. 탈락한 학교가 몇 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적법하지 않은 기준으로 평가 받은 자체가 상식의 범위를 벗어났다.”

_탈락한 자사고들이 선택과목 개설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자사고로 지정된 초기에야 교육과정 편성에 자율권이 있었지만 해가 가면서 교육당국 통제권 안에 모두 들어왔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시행(2018년)으로 자사고도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국영수(기초교과 영역) 이수단위 비율이 총 단위의 50%를 초과할 수 없다. 대광고만 해도 ‘50% 이하’가 권장사항이던 그 이전부터 국영수 비율을 47~48% 수준으로 철저하게 지켰다. 사실상 일반고와 똑같은 교육과정이다.”

_사교육 주범이란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사교육이 자사고만의 문제인지 되묻고 싶다. 자사고에 가려고 사교육을 받는다고 하는데 서울 자사고들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다. 서울 자사고(전국단위 하나고 제외)는 성적 제한 없이 추첨과 면접으로 입학생을 선발한다. 오죽하면 ‘깜깜이 전형’이라고도 불린다. 내신을 반영하는 전국단위 자사고나 과학고, 외국어고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_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는 수월성 교육을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수월성 교육이란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 극대화시키는 교육이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의지가 있는 학생들의 원동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수월성 교육의 진짜 의미다. 일반고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교육이고 자사고도 이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조 교육감은 그런 노력을 ‘입시위주 교육’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_일반고에 비해 학비가 세 배 이상 든다. 경제적 배경에 따라 교육기회를 차별하는 건 아닌가.

“법령 상 사회통합전형으로 20% 학생들을 선발하게 돼 있지만 정원을 거의 못 채운다. (실제로 하나고를 제외한 서울 자사고 21곳의 올해 사회통합전형 경쟁률은 0.27대 1이다) 이 전형 대상자 중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전기로 선발하는) 과학고나 영재고에 다 빼앗겨서다. 자사고에도 어려운 가정부터 중산층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공부한다. ‘귀족학교’란 근거 없는 말을 왜 만들어내는 지 모르겠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명문대 입시 치중… 공교육의 역할 제대로 못해” 김덕년 구리 인창고 교장 

김덕년 구리 인창고 교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사고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교육적 요구를 도외시한 채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에 치중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덕년 구리 인창고 교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사고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교육적 요구를 도외시한 채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에 치중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덕년 구리 인창고(일반고) 교장은 “자사고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본래 설립 목적을 위배했다”며 “교과서적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_교육부가 전북의 상산고를 자사고로 남기기로 했다.

“교육부의 교육개혁 의지가 후퇴했다고 평가한다. 자사고 교육과정은 명문대 입시를 준비하는데 치중해 공교육으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8개 학교도 학교 운영 및 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가장 많은 감점을 받았다. 앞으로의 학교는 시험 보고 나면 필요 없는 지식이 아닌,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탐구 능력 등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 하지만 자사고는 우수 학생을 선발해서 이들이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도록 하는 과거의 교육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_일반고도 대입에 열 올리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대입에 자유로운 학교가 가능한가.

“우리 교육의 아픈 지점이 바로 여기다. ‘기-승-전-대입’이라는 현 구조는 자사고의 문제도 일반고의 문제도 아니다. 사회문제다. 그런데 언제까지 여기에 매여있어야 하는가. ‘미래에 행복해야 하니까 지금 참아라’라고 가르치지 않고, ‘지금 행복하고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_서울 자사고는 성적으로 뽑지 않기 때문에, 우수 학생 선점 효과도 크지 않다고 항변한다.

“반대로 묻고 싶다. 우수한 학생이 모이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지원율도 높지 않다던데, 그러면 왜 자사고를 유지하려고 하나. 재단이 ‘자사고’라는 프리미엄을 누리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게 아니라면 왜 자사고에 미련을 갖는지 모르겠다.”

_지역 인재 양성 차원에서 상산고와 같은 지역 자사고는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산고는 전국단위로 학생을 뽑는다. 전북 지역 학생들이 일부다. 일반고가 오히려 더 철저히 지역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지역 인재라 하면 지역 자사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역 자사고가 그런 아이들을 키워내는가라고 묻는다면 회의적이다.”

_일반고로 자발적으로 전환하는 자사고 늘고 있다. 가만히 둬도 줄어들 텐데, 혼란만 부추기고 있지 않나.

“사회적 혼란이 아니다. 학교가 다양한 교육과정과 건학 이념을 실천했는지 여부를 절차대로 평가 받았을 뿐이다.”

_학부모들의 일반고 불신이 높다.

“아프지만 인정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불신은 꼭 일반고만 향해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교육부는 예산 지원, 행사 프로그램 운영과 같은 임시방편적인 대안 말고, 미래 교육의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_자사고를 없애면, 강남 8학군이 부활한다는 우려도 있다.

“자사고 논란이 서울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교육자치를 이야기하는 이런 시대에도 서울 중심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교육 불평등을 초래하는 단초가 된다. 요즘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혜롭다. 어느 학교든 그 학교가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창출한다면 기꺼이 그리로 간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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