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혼성 계영 400m 결승에서 미국 대표팀의 금메달을 획득 후 케일럽 드레슬이 환호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새로운 ‘수영 황제’ 케일럽 드레슬(23ㆍ미국)이 지구촌 최고의 수영 축제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화려한 대관식을 치렀다.

2년 전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단일 대회 최다 7관왕을 차지하며 2007년 멜버른 대회 마이클 펠프스(은퇴ㆍ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드레슬은 이번 대회에서도 6관왕(자유형 50mㆍ100m, 접영 50mㆍ100m, 남자계영 400m, 혼성계영 400m)에 올랐다. 폐막일인 28일 남자 혼계영 400m에서 금메달을 추가로 노렸지만 마지막 주자 네이선 아드리안이 1위를 지키지 못하고 2위로 골인해 사상 첫 2회 연속 7관왕에 실패했다. 그러나 2회 연속 6관왕 이상을 차지한 것도 드레슬이 최초다. 또 부다페스트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남자부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특히 접영 100m 준결승에서는 49초50의 세계 신기록을 찍고 자신의 우상 펠프스를 넘어섰다. 종전 세계 기록은 2009년 로마 대회 당시 펠프스가 남긴 49초82였다. 또 27일 결승에선 100분 사이에 자유형 50m와 접영 100m, 혼성계영 400m에서 모두 우승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여자부에서는 접영 최강자 사라 셰스트룀(스웨덴)이 MVP에 뽑혔다. 접영 50m에서 우승한 셰스트룀은 접영 100m 은메달 획득 후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일본 여자 수영 간판 이케에 리카코를 응원하는 세리머니를 펼쳐 감동을 줬다.

21일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우승, 최초의 4연패를 달성한 중국 쑨양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호주의 맥 호튼(왼쪽)은 쑨양의 도핑 논란을 의식한 듯 시상대에 함께 오르지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드레슬이 ‘황제 대관식’을 치르는 사이 도핑 회피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수영의 간판 쑨양(28)은 동료 선수들에게 철저히 외면 당했다. 쑨양이 금메달을 목에 건 자유형 400m와 200m 시상식에서 맥 호튼(호주), 던컷 스캇(영국)은 연이어 쑨양과의 기념 촬영을 거부했다. 다수의 선수들은 선수 식당에서 ‘쑨양 패싱’을 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또 남자계영 800m 예선에서는 브라질의 주앙 드 루카가 경기 후 악수를 위해 손을 내민 쑨양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대회 기간 내내 쑨양 관련 논란이 일자 국제수영연맹(FINA)은 메달 세리머니와 기자회견 등에서 다른 선수를 겨냥해 부적절한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코넬 마르쿨레스쿠 FINA 부회장은 28일 폐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포츠의 기록과 아름다움에 집중해야 한다”며 “쑨양과 기념 촬영을 거부하는 건 안타깝지만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도핑)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184개국 2,400여명의 세계 수영 스타들이 풍성한 화제를 몰고 다닌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FINA로부터 무난한 대회 운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훌리오 마글리오네 FINA 회장은 “훌륭한 대회였다”며 “조직위원회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 덕분에 선수들이 좋은 기록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 신기록 9개, 대회 신기록 15개가 쏟아졌다.

하지만 온 국민의 축제가 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이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하면서 스타 부재에 시달렸고, 북한 선수단마저 오지 않아 관심이 줄었다. 또 입장권 판매는 목표한 대로 이뤄졌지만 경기장에 오지 않는 ‘노 쇼’ 현상이 발생했다. 경기 운영 측면에서는 배영 경기 중 출발대 문제가 있었고, 다이빙 경기 때는 전광판이 고장 났다.

지난 14일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승전에서 테이프로 특정 상표를 가린 상의를 입은 우하람이 입장하고 있다(왼쪽). 국가대표 유니폼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15일 우하람이 임시방편으로 국가명을 붙인 상의를 입고 10m 싱크로나이즈드 결승전에 입장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대회 기간 중 가장 속을 썩인 건 대한수영연맹이었다. 수영연맹은 12일 개막 이후에도 대표 선수들에게 단복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상의에는 국가명 ‘KOREA’ 대신 후원사 브랜드 로고가 있었다. FINA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단복 때문에 선수들은 브랜드 로고를 테이프로 가리고 다녔다. 오픈워터 선수들은 연맹으로부터 규정에 맞지 않는 수영모를 전달 받아 경기 직전 퀵서비스로 급하게 받은 새 수영모에 직접 펜으로 ‘KOR’을 쓰고 경기에 출전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무능한 연맹의 행정 탓에 한국 수영은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광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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