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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라스베이거스 메뚜기 떼 공습 “재앙”

입력
2019.07.28 17:00
수정
2019.07.28 19: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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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가로등 주변에 메뚜기떼들이 몰려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 2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가로등 주변에 메뚜기떼들이 몰려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최근 미국 네바다주 유명 관광도시인 라스베이거스에 엄청난 양의 메뚜기 떼가 출몰해 관광객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라스베이거스를 덮친 메뚜기 떼 동영상이 크게 확산되면서 “대체 무슨 일이냐”는 궁금증 어린 소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서구 문화권에선 성경의 출애굽기에 묘사된 메뚜기 떼 재앙이 익숙하다 보니, 이를 거론하는 애기가 나오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현지 언론이 전한 영상이나 시민들이 올린 동영상을 보면, 라스베이거스 밤거리의 가로등이나 네온사인 주변으로 날개 달린 메뚜기 떼가 시야를 흐릴 정도로 몰려다녀 기괴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본떠 만들어진 룩소르 호텔에서 쏘아 올리는 ‘스카이 빔’ 조명에도 메뚜기 떼가 빼곡히 몰려 밤하늘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다. 동영상만 보면 곤충들이 도시를 습격하는 자연 재난 영화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한 관광객은 CBS 방송에 “완전히 미쳤다. 걸어 다닐 수 없을 지경이다”라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메뚜기 떼가 죄악의 도시(Sin city)를 침공했다’ ‘심판의 전주곡이다’ 식의 얘기나 나돌고 메뚜기 떼로 인한 역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구약 성경의 출애굽기에는 파라오가 히브리인들을 풀어달라는 모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이집트에 10가지 재앙이 내려지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메뚜기 떼의 습격이다. 메뚜기 떼가 룩소르 호텔을 뒤덮다 보니 메뚜기 떼 재앙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이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우려가 커지자 네바다주 곤충학자들이 지난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메뚜기들은 사람을 물거나 쏘지 않는다. 역병도 옮기지 않는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메뚜기 떼가 몰려든 것은 지난 겨울과 봄, 네바다주에 예년보다 비가 많이 내리면서 번식이 왕성해졌기 때문이며, 대량으로 늘어난 메뚜기들이 새 서식처를 찾기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강렬한 불빛에 이끌려 라스베이거스로 몰렸다는 게 곤충학자들의 설명이다. 네바다주 농림부 소속 곤충학자인 제프 나이트는 “지난 30년 동안 서너 번 이런 일이 있었다”면서 “특별한 기후 조건이 대량 이동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특히 곤충들은 자외선에 강하게 이끌리는데, 룩소르 호텔의 스카이 빔이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메뚜기 떼를 끌어모으는 자석 같은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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