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GDP, 미국의 6분의 1 수준… 선진국과 격차 여전” 하소연도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미국이 공격하자 중국 관영언론들은 일제히 탐욕, 오만 등 거친 표현을 총동원해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우리(중국)는 개발도상국”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분위기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지시하면서 중국의 개도국 지위를 문제 삼은 데 따른 항변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6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미국과 중국의 격차를 순순히 자인하면서 “패권국의 탐욕”이라는 반박도 서슴지 않았다.
관영 인민일보는 28일 미국을 겨냥해 각종 거친 언사를 동원하면서 “정상적인 국제무역 질서에 대한 도전과 무시”라며 “미국이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과거의 수법을 꺼내 위협하고 압박하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WTO 회원국의 61.8%가 개도국이라는 수치를 제시하면서 “WTO 개혁이나 개도국 지위가 일부 패권국의 이익에 따라 좌우될 리 없다”며 “90일 안에 중국의 혜택을 철회하라는 요구는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지난달 29일 오사카(大阪) 미중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30~31일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한다.
환구시보는 “개도국에 대한 특혜는 WTO와 다자간 무역체제의 기본 원칙”이라고 가세했다. 또 중국과 미국의 1인당 GDP, 제조업 평균 이윤 등을 비교하면서 개도국의 경제수준이나 과학기술 발전, 산업경쟁력 등이 모두 선진국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개도국과 격차가 큰데도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장애물을 놓기 시작했다”며 “세계의 리더이기는커녕 이기적이고 부당하고 비도덕적일 뿐”이라고 공격했다. 중국이 자처해 WTO 회원국 다수를 차지하는 개도국 그룹의 대변자로 나선 셈이다.
아예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고해성사에 가까운 분석도 나왔다. 광명일보는 미국의 중국 전문가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센터장을 거론하며 “중국이 전 세계 리더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미국의 패권을 지키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낡은 사상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필스버리는 2049년까지 100년간 중국의 패권 전략을 담은 ‘백년의 마라톤’ 저자로, 올해 들어 중국은 그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며 잔뜩 경계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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