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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깨끗하게 자랐나” A형 간염 환자 6배 급증 ‘위생의 역설’

입력
2019.07.30 09: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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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40대 간염 항체 없어 가장 잘 걸려 

 무허가 영양주사 등으로 C형 간염 노출 

 B형·C형 간염이 간암 원인 80% 차지 

어릴 때 너무 위생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바이러스에 취약한 탓에 최근 A형 간염 환자가 급증하는 ‘위생의 역설’이 생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릴 때 너무 위생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바이러스에 취약한 탓에 최근 A형 간염 환자가 급증하는 ‘위생의 역설’이 생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A형 간염이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만(30주 기준) 1만206명이 발병해 지난해 같은 기간 2,437명보다 6배 가량 크게 늘었다.

최근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으로 걸리는 A형 간염이 급증하는 이유는 '위생의 역설(paradox of hygiene)’ 때문이다. 어린 시절 비위생적 환경에 노출돼 A형 간염을 가볍게 앓고 넘어가면 항체가 생기지만, 요즘 젊은이는 깨끗한 환경에서 성장해 성인이 된 뒤 A형 간염에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심주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형 간염에 걸리면 급성으로 몸살처럼 앓다가 호전되는데 성인에게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B형과 C형 간염은 만성화되면 간경변증,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다. B형과 C형 간염은 우리나라 암 사망 원인 2위인 간암 발생 원인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지난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간염의 날’이었다.

 ◇20~40대 항체 없어 예방 접종해야 

간염 바이러스는 종류는 5가지(A, B, C, D, E형)가 있다. A, B, C형이 우리나라 간염 바이러스의 99% 이상을 차지한다. 간염은 6개월 이내 완전히 회복되는 급성 간염과 염증이 그 이상 지속되는 만성 간염으로 나뉜다.

최근 20~40대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는 A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과 식수를 통해 주로 전염된다. 감염자와 접촉하거나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지 못하면 감염될 수 있다. 40세 미만 성인의 경우 항체 검사를 따로 하지 않고 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한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0세 미만에서는 A형 간염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크게 낮기 때문"이라며 "40세 이상 성인은 항체 보유 가능성이 있어 항체 검사 후 항체가 없으면 예방 접종을 한다”고 했다. 의료인, 외식업 종사자, 어린이를 돌보는 사람은 A형 간염 위험이 높으므로 예방 접종을 하는 게 좋다.

심재준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형 간염 환자의 99%는 6개월 이내에 회복되는 급성 간염이지만 B형과 C형 간염은 대부분 만성 간염으로 진행돼 간경변이나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심 교수는 “B형과 C형 간염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D형 간염은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에게서 드물게 관찰된다. E형 간염은 동남아에서 오염된 식수나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형 간염은 최근 국내에서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 동물의 고기를 제대로 익히지 않고 먹은 뒤 감염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40세 넘으면 C형 간염 검사해야” 

간암은 대부분 만성 간질환 환자에게 발병한다. 특히 만성 B형 간염은 우리나라 간암의 주원인으로 75% 정도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태어날 때 엄마에게서 전염돼 90% 정도가 만성화된다.

반면 성인은 주로 오염된 바늘에 찔리거나 성 접촉 등 혈액이나 체액 등으로 감염된다. 다행히 성인이 간염이 만성화되는 비율은 5%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심 교수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악화될 위험이 급증하는 40세 이후엔 1년에 적어도 두 번, 간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C형 간염은 주로 성인기에 혈액과 체액 등을 통해 감염되며 감염자의 60~70%가 만성으로 진행된다. 이전에는 수혈로 전염됐지만 혈청검사가 정밀해지면서 수혈로 인한 감염은 없어졌다. 하지만 최근 문신이나 피어싱 등 무분별한 침수술과 무허가 영양주사, 정맥 마약, 성접촉 등으로 C형 간염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가족끼리라도 손톱깎이 등 생활도구는 공유하지 않는 것이 좋다.

C형 간염 예방 백신은 없지만 다행히 먹는 약이 나와 95%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기간도 기존 6~12개월에서 2~3개월로 크게 단축됐다. 기존 치료제인 인터페론과 비교해 몸살·두통·발진 등 부작용도 거의 없다.

하지만 C형 간염은 자각 증상은 물론 국가건강검진에도 빠져 있어 간경화, 간암 등으로 악화된 뒤에야 대부분 감염 사실을 알게 된다. 간암 원인의 80%가 넘는 C형 간염에 걸려도 인지도가 낮아 환자의 46.2%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질병관리본부).

따라서 40세가 넘으면 병원에서 C형 간염 항체검사를 받거나, 약국에서 진단키트를 구입해 자가 검진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국내 C형 간염 환자의 90% 이상이 40대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생애전환기 건강검진(만40세·66세 대상 국가건강검진)에라도 C형 간염 항체검사를 정식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구분 A형 간염 B형 간염 C형 간염
전염 경로 오염된 음식물 섭취, A형 간염 환자 접촉 환자의 혈액·체액·분비물로 전염 B형 간염처럼 혈액·체액으로 전염
증상 대부분 갑자기 발생. 발열 오한 구역감. 몸살로 오인 급성은 전신 쇠약감 피로감, 무력, 식욕부진 두통, 소화불량.
만성은 대개 무증상
급성은 대개 무증상. 만성은 대개 증상 없지만 피로, 무력감, 황달 생겨
만성화율 한번 앓으면 재발 없이 평생 면역 성인 5%, 신생아 90~95% 성인 50~80%
예방법 손씻기 등 개인 위생 철저. 음식은 익혀 먹기. 예방접종 모든 신생아에게 예방접종 예방주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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