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공식사과…”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경찰이 제기한 2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면 그걸 보고 소송 취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보고회'에서 쌍용차 노조에 대한 국가 손배소를 취하하라는 진상조사위원회 권고를 이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경찰은 2009년 쌍용차 파업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크레인·헬기가 파손되고 경찰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쌍용차 노동자를 상대로 2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해 '평택 쌍용차 파업 진압'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의 파업 진압은 공권력을 남용한 과잉 진압이라며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와 가압류를 모두 취하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은 이중 가압류만 풀고 손배소는 아직 철회하지 않았다. 민 청장은 이에 대해 "위원회 지적 대로 당시 경찰이 인권침해를 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다만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어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소송 취하 여부를) 유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청장은 이날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용산 화재 참사 사건 등에서 경찰의 인권침해 사실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민 청장은 "과거 경찰력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큰 고통을 받은 피해 가족과 유가족에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공권력 남용으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민 청장은 하루 전날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비롯해 용산참사 유가족,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반대 주민들 등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 30여명을 만나 사과했다. 피해자 단체는 "경찰청장이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사과한 점은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2017년 8월 출범한 진상조사위는 과거 사건 가운데 경찰력 남용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개선안을 촉구하는 기구다. 조사위는 그간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용산 화재 참사 등 10개 사건의 진상을 조사했고, 경찰에 35개의 권고 과제를 제시했다. 경찰은 이 중 27개를 완료했다. 조사위는 2년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이날 공식 해단했다.
유남영 조사위 위원장은 "과거 경찰이 무엇을 했는지 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고 해단 소감을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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