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레드라인 안 넘어’ 판단… 폼페이오도 “김정은, 중장거리 안 쏘겠다 약속”
미국 정부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외교적 해결 기조를 유지했다. 북한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저강도 도발에 나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레드라인을 넘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기 싸움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작은 미사일 외에는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다. 그건(소형 미사일) 많은 이들이 하는 실험이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정말로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와 잘 지낸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에도 “모두 다 하는 소형 미사일 실험”이라고 의미를 축소한 바 있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것이라는 판단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좋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이날도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는 것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대북 외교 성과를 지키기 위해 대북 협상 판을 깨기보다는 로키(low-key) 대응으로 대북 상황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다만 “우리는 북한에 대해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여지를 남겨 북한에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무 협상 재개를 희망하면서도 “더 이상 도발이 없기를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협상 전략으로 보면서 외교적 해결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적으로 나아갈 길과 협상을 통해 해결책이 있다고 계속 확신한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모두가 협상을 준비하면서 지렛대를 만들고 상대편에 대한 위험 요소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장관 모두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미국 안보에 위협을 주는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의미를 낮춘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시 북한의 미사일 활동 중단(모라토리움)의 기준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시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김 위원장이 지난달 말 판문점 회동 당시 실무 협상 재개 약속 외에도 “중장거리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피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점도 공개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대북 결의 위반이지만 이에 대한 유엔 차원의 추가 제재에는 나서지 않으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처럼 북미가 협상 틀 자체를 깨지 않으려는 모습이지만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 싸움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실무 협상 시기와 관련해 "날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2주, 4주, 6주가 됐든 기다려서 (북미 실무협상) 팀들이 만났을 때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목표"라고 말했다. 협상 재개에 매달리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견인할 때까지 제재 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대북 강경 여론이 강한 미 의회에선 추가 제재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원 동아태 소위 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이번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행정부는 북한 및 모든 조력자를 대상으로 추가 제재를 부과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 마키 상원의원도 “보도가 사실이라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될 것”이라며 “실무 협상도 진행 중인 게 없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것도 보여 주지 못한 채 정상회담에 참여해 왔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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