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690㎞→600㎞… 비행거리 이틀새 두 차례나 정정
발사 징후 포착 못하고, 미사일 430㎞까지 추적하다 놓쳐
북한이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군 당국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감시ㆍ추적ㆍ분석 부분 모두에서 허술한 모습이 드러났다. 사전에 북한의 발사 징후를 포착하지 못해 주요 감시ㆍ정찰자산인 이지스 구축함 등이 출동하지 않으면서 추적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는 탄착지점 예측 실패로 이어져 미사일 비행거리를 수차례 정정하는 등 분석에도 차질을 빚었다.
합동참모본부는 25일 새벽 “북한이 오전 5시 34분과 57분쯤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으며, 비행거리는 약 430㎞”라고 밝혔다. 합참은 같은 날 오후 2시 재차 익명 브리핑을 열어 “한미 정보당국의 공동 평가 결과 2번째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690여㎞”라며 “새로운 형태의 미사일”이라고 평가를 수정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합참은 26일 미사일 2발 모두 600여㎞를 비행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틀 사이 두 번이나 말이 바뀐 것이다. 특히 첫 번째 미사일은 170㎞ 비행거리가 늘고, 두 번째 미사일은 100㎞가량 줄어들어 분석의 허점이 적지 않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군이 미사일을 430㎞까지 추적하다 놓친 것도 논란이다. 하지만 합참은 이날 이번 미사일이 신형 탄도 기능을 갖춘 데다, 동해 쪽으로 발사해 탐지 거리를 벗어나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건 레이더 상실고도 이하에서 풀업(Pull-up) 기동이 추가로 있어 일반적인 탄도 추정거리와 차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풀업 기동은 정점고도 이하에서 수평으로 움직이는 등의 회피 기동을 말하는데, 지구 곡면 탓에 레이더가 포착하지 못하는 고도 이하에서 수평으로 움직여 탄착지점이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쏘면 상실고도가 없어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우리 탐지레이더가 대부분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사일 추적 및 분석에 있어서 혼선이 생긴 것은 1차적으로 미사일 발사 동향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북한 미사일 발사 당시 우리 군의 주요 감시ㆍ정찰 자산인 이지스 구축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E-737은 출동하지 않았다.(본보 26일자 2면)
이에 대해 합참은 “북한이 이번 발사에 이용한 이동식 발사차량(TEL)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해 추적하고 있었다”면서도 “TEL이 이동할 때마다 일일이 이지스 구축함 등을 출동시키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북한이 지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TEL을 여러 차례 이동시키거나 철수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인 것도 군 대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사한 신형 탄도 미사일이 TEL에서 발사될 가능성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나마 뒤늦게 미사일의 탄착지점을 정확히 분석한 것은 미국이 보유한 정찰위성 자료가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 관계자는 “군사동맹인 한미 양국 간 정보공유를 통해 판단을 내리긴 하지만, 우리 군도 독자적으로 북한 미사일을 탐지해 대응할 수 있도록 정찰위성 등의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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