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폐지” 수정 요구에 EU “불가” … 노딜 우려 커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정 수정 여부를 두고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와 EU가 벌써부터 충돌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존슨 총리가 취임 이틀째 ‘안전장치(백스톱) 폐지’를 주장하며 기존 합의안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자 EU가 즉각 “용납할 수 없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브렉시트를 3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양측의 재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 연설에서 “EU와 합의하에 떠나기를 선호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상황이 어떻게 되더라도 10월 31일 브렉시트 추진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번 내비친 것이다. 특히 그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EU와 맺은 기존 협정 가운데 아일랜드 국경과 관련한 백스톱(영국의 EU 관세동맹 임시 잔류) 조항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곧바로 존슨 총리의 주장을 일축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낸 외교 서한에서 “백스톱 조항 폐지 주장은 당연히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 연설에 대해서도 “(협상 제안이 아니라) 오히려 전투적”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아울러 그는 “노 딜은 EU의 선택지가 아니지만, 존슨 총리가 27개 회원국에 압박을 가하려 ‘노 딜’ 준비를 우선시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면서 EU 회원국 간 단합도 호소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존슨 총리와의 통화에서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융커 위원장의 대변인은 “위원장이 존슨 총리의 이야기를 들었고, 기존 브렉시트 협정이 최선이자 유일하게 가능한 합의임을 재차 강조했다”고 말했다.
물론 존슨 총리와 EU의 ‘강 대 강’ 대치는 사실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하지만 영국의 새 내각이 출범하자마자 숨 고를 틈도 없이 양측 대립이 본격화하면서, 브렉시트 재협상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전망이 많다. 게다가 존슨 총리는 앞서 취임 당일인 24일, 메이 전 총리 내각 각료의 70%를 갈아치우며 브렉시트 강경파 위주로 새 내각을 꾸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EU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얼마든지 노 딜 브렉시트를 강행할 뜻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안전장치 제거 불가’라는 EU 측 반응을 감안하면, 끝내 ‘노 딜’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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