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재와 불민 탓 심려 끼쳤다” 퇴임 소회서 국민 소통 강조
정치권이 26일 청와대를 떠나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상 차기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며 몸집을 키우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을 향해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고 하는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직설화법으로 팬덤을 형성할 조짐을 보이면서다.
최근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 조치 국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여준 조 수석의 ‘투사’ 면모에 대해선 호불호가 엇갈린다. 특히 야당에서는 “편 가르기의 대명사”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조 수석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알앤써치의 22~23일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조 수석의 SNS 한일 갈등 관련 메시지 게재에 대해,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매우 잘하고 있다’는 층에서는 무려 87.5%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장인의 좌익 활동에 대한 야당 공세에 ‘대통령이 되려고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맞서며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며 “조 수석도 ‘사이다 발언’으로 팬덤을 형성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조 수석이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데다, 영남 출신의 ‘강남 좌파’라는 상품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조 수석은 1월 중 법무부 장관을 던지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고, 이어 대통령 후보로 갈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내다봤다.
이번에 교체된 나머지 수석 2명의 성과를 함께 거론하긴 했지만,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날 조 수석의 성과를 일일이 언급한 것도 ‘조국 띄우기’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노 실장은 조 수석에 대해 “정권 수립 이래 최초로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정부 합의안을 도출했고 법무부의 탈(脫)검찰화 추진, 자치경찰법안을 마련하고 경찰대학 개혁을 지원했다”며 “국정원 국내정보 폐지ㆍ예산 집행 통제, 기무사 해편과 군사안보지원사 설립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문 진영에서 인기가 높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견줄 정도의 체급은 아니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민정수석 재임 시절에 대해서도 평가가 분분하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조 수석은 반헌법적 패스트트랙의 주동자이자 인사실패의 책임자”라며 “국회 패싱의 대명사인 조 수석이 법무장관으로 사법개혁을 원만히 조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춘추관에서 퇴임 소회를 밝힌 조 수석은 직무수행 과정에 불가피하게 여론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이해를 구하며 일단 자세를 낮췄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의 관례적 모습과 달리, 주권자 국민과 공개적으로 소통하면서 업무를 수행했다”며 “업무수행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부분이 있었다. 오롯이 저의 비재(非才ㆍ변변하지 못한 재주)와 불민(不敏ㆍ어리석고 둔한) 탓”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자신을 비판해 온 여당과 언론을 향해서도 존중의 의사를 표했다. 조 수석은 “고위공직자로서 기꺼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었고, 반추(反芻ㆍ되돌아보며 음미함)의 계기가 됐다”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발전을 희구하는 애국심만큼은 같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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