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동해상으로 쏘아 올린 발사체 두 발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하루 만에 해당 미사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하는 ‘탄도미사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5월 미사일 발사 때에는 ‘불상의 단거리 발사체’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 대체용어를 쓰며 ‘탄도미사일’ 언급을 꺼렸던 정부가 태도를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 정보당국은 지난 5월 9일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 당시 탄도 미사일 여부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16일에서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분석하고 있다”고 언급한 정도다.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이나 핵 실험, 또는 그 어떤 도발을 사용하는 추가 발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발사가 확인되면 북한이 추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고, 한국과 미국이 어렵게 불씨를 살려온 북미 대화 분위기가 깨질 가능성이 있어 탄도미사일임을 확인하더라도 공식화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발사의 경우 한미 간 정보공유 및 평가 과정에서 미측이 탄도미사일이라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은 이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고 NSC에서도 이를 받아 들여 최종 탄도미사일로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탄도미사일임을 밝혀도 북미 간 대화의 판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무적 판단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이 원칙적으로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단거리 미사일의 경우 제재 논의대상에 올리지 않는 것이 안보리 관행이라 대화 무드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리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다시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본다는 비판적 국내 여론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5월 미사일 발사 당시 정부가 ‘불상 발사체’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으로 표현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단도미사일’이라고 언급했다가 정정한 해프닝 등을 놓고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군사위협조차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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