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성 “한국 제외” 3만건 의견 접수, 90%가 찬성
일괄 규제 아닌 타깃 품목 정해 갈등 때마다 압박 전망
일본 정부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절차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하는 방침과 관련해 3만 건 이상의 의견이 접수됐다. 일본 측이 한국 정부의 철회 요구에도 일절 응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다음달 하순쯤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이 시행되면서 한국의 화이트 국가 제외가 시행될 전망이다.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일본 정부는 우선적으로 한국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인 정밀공작기계, 탄소섬유 등을 타깃으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추가 보복에 나서지 않는다고 봤을 때 사실상 유일한 대(對) 한국 카드인 화이트 국가 배제 카드를 ‘난사’하지 않고 ‘조준사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전날 자정까지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침에 대해 인터넷 전용창구와 이메일을 통해 접수 받은 의견이 3만 건을 넘었고, 이 중 90% 이상이 정부 방침에 찬성했다. 의견 수렴에는 일본 수출기업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일본은 현재 미국, 영국 등 27개국을 화이트 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군수전용 가능성이 있는 1,100여개의 전략물자 리스트 규제 품목 수출과 관련해 ‘일반포괄허가’를 받던 것이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바뀐다. 비전략물자임에도 군수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도 캐치올(상황허가) 제도가 적용된다.
일반포괄허가는 수출기업이 경제산업성의 사전 심사 없이 포괄허가(3년에 한 차례 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반면, 특별일반포괄허가는 수출기업이 수출관리 프로그램을 사전 신고하고 경제산업성의 점검을 거쳐 인증을 받는 등 보다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전략물자 수출을 일괄적으로 규제할 경우 수출하는 일본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 등 3개 품목처럼 최소한의 조치로 최대한 타격을 주는 품목을 골라 개별허가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음 타깃으로 가장 유력한 품목은 △정밀공작기계 △탄소섬유 △기능성 필름ㆍ접착제 등 정밀화학제품이 꼽힌다. 이미 개별허가로 전환된 품목처럼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높고 한국의 대일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뿐 아니라 제3국까지 여파가 미칠 경우 일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군사전용 우려를 이유 삼아 수출규제 품목을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뒤 갈등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제산업성은 전날까지 수렴된 내용을 토대로 각의(국무회의)에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확정한다. 각의를 통과하면 경제산업장관의 서명,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연서 후 일왕이 공포하면 그 시점으로부터 21일째 시행된다. 다음 각의 일정은 이달 30일로, 늦어도 8월 초 각의 결정을 거쳐 다음달 하순부터 한국의 화이트 국가 제외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화이트 국가 제외 시행이 예상보다 크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 절차에 따르면 의견서를 살펴보는 숙려기간을 최대 14일까지 두게 되어 있는데, 이번 경우엔 3만 건에 달해 숙려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8월 광복절, 9월 일본 개각, 10월 일왕 즉위식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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