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에서 24~25일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미국 순양함 앤티텀. 연합뉴스

미국 함정이 또다시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공교롭게도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고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바로 다음날이다. ‘비행의 자유’라고 강변하는 중국에 맞서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며 맞받아친 셈이 됐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방의 약한 고리를 겨냥해 남중국해와 동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제해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해군 7함대는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사일 순양함 앤티텀이 대만해협 사이로 일상적인 항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 해군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한 모든 곳에서 항행과 비행을 계속할 것”이라며 “대만해협 통과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독도 상공에서 러시아와 연합훈련을 벌인 23일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다”면서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누린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일방적인 발언을 미국이 고스란히 되갚아준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 1월 “대만 통일을 위해서라면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미국은 대만해협에 부쩍 공을 들이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1월부터 5월까지 매달 빠짐없이 미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고 4월에는 프랑스, 6월에는 캐나다의 함정이 이례적으로 대만해협에 등장해 대중 무력시위에 동참했다. 지난해 미 군함이 고작 3차례 대만해협을 지나간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무역전쟁의 결정타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제재하는 등 충격파가 필요한 시점마다 항행의 자유 카드를 함께 꺼내며 중국을 압박해왔다. 이번에도 중국ㆍ러시아의 동해 군사훈련과 맞물려 순양함이 일본 요코스카 기지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대만해협을 종단했다. 더구나 중국이 24일 국방백서를 통해 대만을 향한 무력사용을 거듭 주창한 당일 보란 듯이 대만해협에 미 함정을 투입한 것이다. 다만 극약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 미 항공모함은 2007년 이후 12년간 대만해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항모 랴오닝이 대만해협을 지나 서태평양으로 진입하며 기 싸움을 폈다.

이와 달리 한반도 주변 상공은 중국 군용기가 누비고 있다. 중국은 2016년 50여회, 2017년 80여회, 지난해 140여회 카디즈에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도 매년 10여회 카디즈를 넘나들었다. 올해 들어서만 중국은 25회, 러시아는 14회 카디즈를 무력화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과 마주한 바다에서, 중국은 한국을 둘러싼 상공에서 서로 ‘자유’를 외치며 군사력을 동원해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모양새다.

중국은 25일에도 러시아와의 결속을 강조하며 항미 전선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로 여겨 아시아 태평양과 동유럽에서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역공을 폈다. 이어 “중국의 최우선 군사 파트너십은 러시아”라고 못 박으며 “동해 상공 초계 비행은 양국의 신시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연합 작전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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