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20조원 규모인 적립금의 투자처를 주식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한 가운데 “바이오 관련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약품의 급여화 결정 등 인허가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주가가 급변하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할 경우 자칫 치명적 투자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25일 성명을 내고, “공단이 건강보험 적립금으로 위험한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려는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단은 지난 16일 자금운용위원회를 열고 20조6,000억원 규모인 건강보험 재정 적립금을 자산별로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변경했다. 현재는 안정성 위주로 정기예금, 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수익이 많이 나는 주식형 펀드나 대체투자까지 투자허용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김용익 이사장은 다음날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이 4차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제약ㆍ바이오ㆍ의료기기 산업 자금을 투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발언했다.
공단이 위험자산에도 투자하려는 것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로 인해 최근 건강보험 재정전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여야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건강보험은 2.20%의 수익률을 올렸는데 목표인 1.80%보다 높았지만 안전자산 위주여서 자금운용으로 인한 실제 수익금은 5,097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단순히 주식 등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자는 데서 나아가 바이오 기업 등 헬스케어 산업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일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보험이 바이오기업 주주가 된다면, 해당 바이오기업이 생산하는 의료기기나 의약품에 대해 허가나 보험급여 적용을 쉽게 해 주는 등 느슨한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오기업 주가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등 일반적인 상장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자산운용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단은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고 “자금운용 다변화는 건강보험재정을 더 잘 관리하기 위한 자구노력”이라면서 “자금운용 규모와 세부적인 운용방식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주식이나 대체투자 등 자금운용을 다변화하더라도 위탁운용사를 선정해 간접투자 방식으로 하지, 주식 등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의결권 행사에 관여하거나, 제약ㆍ바이오ㆍ의료기기 등 특수산업의 주식 매입 등의 방법으로 공단의 자금이 직접 투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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