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젊은 정치] <5> 정치가 축제가 될 때 
 한국과 달리 당원 연령 제한 없고 정치인 프로그램 다양 
스웨덴의 휴가철을 들썩이는 '알메달렌 정치주간' 축제. 기후변화 문제를 정치의제로 만들기 위해 이 행사를 찾은 10대들은 "각 정당의 태도를 지켜보겠다"고 다짐한다. 박지연 기자

청소년이 휴가를 마다하고 정치축제를 찾아 당대표 연설에 귀 기울이는 스웨덴, 젊은이들이 정치 혐오에 몸서리를 치며 투표장조차 외면하는 한국. 두 머나먼 풍경의 간극에는 상이한 정당체제와 정치 제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스웨덴은 비교적 산업화에 뒤처졌던 나라였다. 이 때문에 한때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손꼽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런 나라를 현재 행복지수 1위, 성평등 1위, 경제성장과 공정한 분배의 구현 등을 갖춘 북유럽 모델의 전형적 국가로 거듭나게 한 배경으로 ‘1900년대 초 이뤄진 선거제도 개혁’을 꼽는다. 의원내각제 중심의 의회정치를 구축하고, 유권자들의 뜻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선거제도를 세밀하게 운영하며, 정당을 기본 가치와 철학에 따라 체계적으로 운영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각 정당이 자신의 가치와 이념을 중시하는 가운데, 서로를 연정 파트너로 삼아 설득하고 소통하고 좌우가 협력해 현재의 경제성장과 복지체제를 이뤘다는 의미다.

다당제에 기초한 스웨덴에서 비례대표제가 전격 실시된 것은 1909년부터다. 전국 29개 지역구에서 310명, 전국구에서 39명을 각각 선출한다. 전국에선 지지율 4% 이상을, 지역구에선 12% 이상을 얻은 정당이 의석을 받는다. 전체 의석 349석 가운데 39석은 ‘보정(補正) 의석’이라고도 불리는데, 득표를 많이 하고도 결과적으로 의석을 배정받지 못한 정당에 추가 배정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비례대표 명부는 선거 8개월이나 1년 전에 철저하게 당원투표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당 지도부나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공천심사위원회가 밀실에서, 선거에 임박해 정해 통보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더 주목할 점은 정당이 만든 명부 순서를 유권자들이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투표 때 명부에 기재된 각 개인을 향해 선호 투표를 하고, 이 지지율이 높으면 명부상 후순위여도 당선이 가능하다. 아예 명부에 없는 후보의 이름을 써내거나 해당 인물이 당선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소수정당 배려 등 물 샐 틈 없는 정치제도 덕분에 총선 투표율은 87~90%에 육박하고 의회는 7, 8개 정당 출신의 다양한 정체성의 인사들로 가득 찬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총선 결과만 봐도, 각각 4.4~28.3%의 지지를 받은 8개 정당이 국회에 입성했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사회민주당(28.3%)과 소수의 지지를 받은 녹색당(4.4%)은 집권연정을 위해 손을 잡은 상태다. 당선자 성별은 남성 54%, 여성 46%였고, 최연소 당선자는 22세(1996년생), 최고령 당선자 85세(1934년생)였다.

스웨덴·한국 젊은의원 비율 및 순위. 그래픽=김경진기자
스웨덴 최근 총선 결과. 그래픽=김경진기자

각 정당들이 후보 명부를 투명하게 관리할 뿐 아니라 미래 정치인 양성에 적극적인 것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만 19세 이상만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연령 제한이 없는 스웨덴의 각 정당에는 청소년 및 청년 당원이 넘친다. 이들을 위한 각종 상설 정치 수업은 물론, 여름캠프에서는 정당의 역할과 국가 미래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다. 교육은 교양 수준이 아니라, 정치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각종 실무를 망라한다. 예를 들면 법안 작성, 예산 심의, 정책적 식견, 토론, 설득, 연설 기술 등이다.

여기에서 공부한 청소년들은 빠른 경우 10대 후반, 20대 초반에도 지방의회에 진출한다. 실력이 뛰어난 경우 20대 후반에는 중앙정치로, 30대 초반에 장관으로 발탁되는 수순을 밟는다. 유난히 젊은 장관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인 상당수가 50대 이상의 전직 관료, 법조인, 시민단체 활동가, 노조 간부, 기자 등 연령대와 직업이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고 있는 한국과는 정계 풍경이 판이하게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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