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세부 규격기준 받아들일 수 없다” 반발
소형 타워크레인의 규격 기준에 기존 인양 가능 하중(3톤 미만)뿐 아니라 수평구조물 길이 등이 새로추가된다. 또 소형 크레인 조종사도 면허를 따려면 실기 시험을 치러야 한다. 소형 크레인 안전사고 우려를 줄이고 혼란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세부 규격 기준을 두고 타워크레인 노조가 반발하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타워크레인 안전성 강화 방안’을 25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발표했다. 지난달 초 대형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가 안전을 문제로 ‘소형 크레인 퇴출’을 주장하며 전면 파업을 벌인데 대한 후속 조치다. 노조는 현재 규격 기준 강화를 통해 소형 크레인 수를 감축하는 것으로 요구 수위를 낮춘 상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소형 타워크레인은 ‘3톤 미만의 자재를 들어올리는데 쓰이는 장비’로 정의됐지만, 앞으로는 지브(Jibㆍ크레인의 수평 팔) 길이, 지브 길이와 연동한 모멘트(물체를 들어올리는 힘) 등의 기준도 충족해야 소형 크레인으로 분류된다.
이는 그간 6톤 이상의 일반 타워크레인을 인양 가능 하중만 줄인 뒤 소형으로 등록ㆍ사용하면서 안전문제가 제기돼 왔던 점을 개선한 것이다. 일반 타워크레인을 소형장비로 바꾸면 20시간 교육 이수만으로 면허를 취득한 소형 크레인 조종사들이 해당 장비를 조종할 수 있어 이런 편법이 발생하곤 했다.
국토부는 소형 타워크레인의 형태(수평 작동하는 타워형 또는 상하 작동하는 러핑형)에 따라 지브 길이는 최대 40~50m 이하, 모멘트는 최대 733킬로뉴턴미터(kNㆍmㆍ힘의 단위) 등을 새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25m까지 최대 하중을 인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지난달 기준 등록된 1,817대의 소형 크레인 가운데 약 43%가 소형 범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다만 일반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조가 소형 크레인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최종 기준은 유동적이다. 박정수 국토부 건설산업과장은 “새 규격상 소형 크레인에서 제외된다고 해서 꼭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격에 맞게 분해, 재조립하고 소프트웨어도 교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사 면허를 따려면 현행 20시간 교육 이수와 적성검사에 더해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실제 조종 능력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기존 소형 크레인 조종사들은 실기시험을 따로 치를 필요는 없고 정기 보수교육에서 숙련도를 점검받으면 된다. 일반 타워크레인 조종사 국가기술자격증(운전기능사)의 경우 현재는 조종석이 있는 타워크레인으로만 실기시험을 치르지만 앞으로는 원격조종 시험이 추가된다.
또 소형 타워크레인에는 위험표시등과 영상장치, 원격제어기 등의 안전장치 장착이 의무화된다. 원격조종으로 인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안전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타워크레인 제작 및 수입 과정의 품질 인증과 사후 관리도 강화된다. 그간 타워크레인 심사는 ‘형식신고’ 대상으로 서류 위주로 이뤄져 사전 안전성 확인과 사후관리 수준이 미흡했다. 이에 타워크레인을 ‘형식승인’ 대상으로 전환해 판매 전 확인검사를 의무화한다. 그간 관리가 미흡했던 수입업체에 대해서도 등록제가 도입되고, 수입 과정에서 조종석을 떼어내는 등 당초 제작 규격과 성능을 임의로 바꾸는 행위도 금지된다. 정부는 연말까지 관련 법령을 개정한 뒤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노조가 쟁점인 세부 규격기준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노총 연합노련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노조는 세계적으로 안정성에서 인정받는 독일 립펠사의 소형 모델을 기준으로 지브길이 30m, 모멘트 300~400kNㆍm를 제시했고, 전문가인 제작사와 엔지니어들도 지브길이 35m, 모멘트 300~400kNㆍm라는 구체적 의견을 제시했는데 국토부는 이를 무시한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강행할 경우 다시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측의 반발이 이어지자 국토부는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고 “이번 규격안은 잠정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추후 업계와 전문가 등과 추가적 논의를 통해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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