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혼란 줄 수 있어” 사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나랏말싸미’ 홍보 영상을 찍어 뭇매를 맞은 유명 역사 강사 이다지씨가 자신이 출연한 홍보 영상을 삭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영화는 한글을 창제한 것이 주로 신미 대사인 것처럼 묘사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이씨는 24일 인스타그램에 해명문을 올려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된 여러 학설 중 신미 대사의 참여 부분에 대한 학설 및 소헌왕후와 세종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지식에 대한 소개 영상’으로 의뢰를 받고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는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저는 공신력 있는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미 대사의 한글 창제 참여에 대한 ‘가설’이 여러 학설 중 하나가 아닌, 하나의 ‘진실’로 수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자신이 출연한 홍보 영상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씨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로 영상 삭제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더욱 신뢰를 줄 수 있는 강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씨는 영화 ‘나랏말싸미’ 홍보 영상에서 “여러분, 훈민정음을 정말 세종대왕께서 혼자 만드셨을까요?”라며 “아무리 세종이 천재셔도 문자 만드는 게 무슨 학교 수행평가도 아니고 어떻게 혼자서 만드셨겠느냐. 비밀 프로젝트를 이끌어 갔을 핵심 인물로 계속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신미 대사’”라고 말했다. 또 “세종은 죽기 전 신미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라는 시호를 내리기로 결정하는데 이 ‘우국이세’라는 표현이 거의 전쟁 영웅한테 줄 만한 최고의 칭찬”이라며 “이 정도의 칭호를 유학자도 아닌 승려에게 내리려 했다는 건 아마도 훈민정음 창제의 공로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홍보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자 네티즌들은 공신력 있는 내용을 전달해야 할 선생 신분으로 역사 왜곡 논란이 인 영화의 홍보에 참여한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지적을 이어갔다.
조철현 감독의 영화 ‘나랏말싸미’는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대왕의 마지막 8년을 다룬 영화다. 세종대왕이 신미 대사를 만나 한글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영화는 사실상 신미 대사가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쪽으로 흐른다.
영화 개봉 이후 SNS에서는 ‘나랏말싸미’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업적을 깎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포털 사이트 이용자는 “신미 스님이 세종대왕을 도와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내용은 여러 학설 중 하나고 심지어 가능성도 낮은 학설인데 영화는 마치 그 설(說)을 사실인 것처럼 포장했다”(un********)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수출되는 작품인데 훈민정음 창제에 대해 왜곡된 내용이 전파되는 게 꺼림칙하다”(yl***)고 전했다.
영화는 지난 24일 국내 개봉과 동시에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동시 개봉했다. 이후 대만, 일본 등에서도 상영할 예정이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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