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2개월여만에 무역협상을 재개해 오는 30, 31일 이틀간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회담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이슈로 거론되는 ‘지식재산권’ 문제를 두고 양국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23일(현지시간) 미·중 무역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중국의 지식재산 도용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이날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지식재산 절도와 관련해 전국적으로 1천 건 이상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거의 모든 지식재산은 중국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레이 국장은 "지금 우리나라를 상대로 중국보다 더 심각한 첩보 활동을 벌이는 나라는 없다"면서 "중국은 우리의 비용으로 경제 사다리 위로 올라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지식재산 도용 문제에 대해 "깊고 다양하며 광범위하고 성가신 위협"이라며 "그것은 기본적으로 이 나라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를 핵심 이슈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첨단 기술을 중국으로 가져온 국외 중국 전문가에게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는 중국의 고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 계획'이 지식재산 절도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미 에너지부는 지난 2월 소속 직원이나 계약 과학자에게 '민감한 연구'로 분류될 수 있는 제3국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을 경우 신고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렸다. 또 여당인 공화당은 지난 5월 중국의 군사 분야 과학자들의 미국 비자 취득을 제한하는 법안을 연방 상·하원에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전혀 근거 없는 말로 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일"이라면서 "중국은 훔치거나 빼앗지 않으며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며 미국 측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한편 24일 로이터통신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30, 31일 이틀간 중국 측과의 고위급 무역 협상을 위해 미국 측 협상단이 내주 초 방중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9일 중국으로 출발하며, 이후 이틀간 중국 측과 상하이에서 회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중이 이후 미 워싱턴에서도 후속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CNBC 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측 협상단이 내주 초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중국이 '협상 무대'로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를 제안했다고 보도했었다. 그동안 고위급 협상은 워싱턴과 베이징을 오가면서 이뤄졌는데, 협상 장소를 놓고서도 양국이 기싸움을 벌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고위급 협상이 열리는 것은 2개월여 만이다. 미·중 고위급 협상은 지난 5월 초 중국의 무역합의 법제화, 이행강제 조치와 맞물린 기존 관세 철회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다만 이번에 고위급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극적인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CNBC는 "백악관은 장기적인 협상 시간표를 내다보고 있다"면서 "합의까지는 대략 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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