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사실 개개인들은 이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한다. 그런데 2년 전 시작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적어도 20만명의 삶엔 확실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7월 약 41만명의 비정규직 중 상시지속업무 및 국민의 생명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20만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약속했고 그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고용노동부는 지난 2년 동안 공공부문에서 18만5,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되었고 그 중 15만7,000명은 전환을 완료했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마자 서로 다른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정규직 전환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이 별도 직군으로 전환되거나 혹은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무늬만 정규직이라고 비판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이 있지만 20만 명에 대해 고용안정을 보장한 것은 커다란 성과라고 옹호한다.
어느 한쪽의 주장이 완전히 옳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여전히 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별 볼일 없는 정책이라고 폄훼할 근거가 없다. 내일 해고당해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계약직, 사장이 누군지도 모르는 파견 노동자, 회사가 바뀌어도 근무복의 명찰만 바꿔 달던 용역 노동자들에게 공공기관의 정규직은 누가 뭐라고 해도 삶의 큰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성공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보면 자회사의 위상이 모호해 과연 고용을 보장할 수 있을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부의 성격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비정규직을 줄이고 차별을 완화하기 위해 애써 왔다. 그럼에도 비정규직은 좀처럼 줄지 않았고, 차별도 여전했다. 정부 스스로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있었기에 민간 기업에 비정규직을 줄이라고 강하게 설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비정규직 보호는 그저 바람직한, 당연한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았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부디 정규직화 정책이 성공하길 바란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도, 노조의 조직화를 바래서도 아니다. 공공부문에서의 모범적인 고용을 통해 650만명에 이르는, 민간부문에 남아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정부와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목표를 양적으로 달성한 데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자회사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고, 정규직 전환이 더딘 국립대병원과 민간위탁 직접고용에 소극적인 지방자치단체도 설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고용노동부만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통해 불필요한 갈등도 줄여야 한다. 노동조합의 역할도 정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노동조합이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반대하지 않는다면, 정규직화 무용론을 앞세우기보다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 입장을 명확하게 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노동시장이 녹록하지 않기에 일자리 문제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1년 후면 마무리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비로소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그땐 정부와 노동조합, 그리고 정규직이 된 20만 공공노동자만이 아니라 남아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모두 고객을 끄덕이며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하자. 그 전에 뜨거운 여름 서울톨게이트 위에서 흐느끼고 있는 노동자들도 그만 내려오게 하자. 그것이 작은 촛불의 힘으로 나라를 다시 세운 문재인 정부와 노동조합의 임무이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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