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치한 무관 설명만 듣고 섣부른 발표… “靑 사건 파장 축소 위해 무리수” 비판 
윤상현(왼쪽)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 24일 국회에서 막심 볼코프(가운데)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 파벨 레샤코프 참사관에게 전날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오대근 기자

청와대는 24일 러시아 군용기의 전날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 파견된 러시아 무관의 해명을 일방적으로 믿고 발표했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약 다섯 시간 만에 청와대 발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타국 군용기의 영공 침범이라는 초유의 안보 상황을 맞닥뜨린 청와대가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오전 11시쯤 브리핑에서 전날 국방부에 초치된 러시아 차석무관을 인용, “(무관이)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러시아측의 입장을 전했다”면서 “무관은 ‘(독도 영공을 침범한 군용기가)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영공 침범 사실 자체를 부인한 23일 러시아 정부의 입장과 다른 발언으로,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는 뜻으로 비쳤다. 러시아 국방부 공보실은 24일 오전 1시쯤 언론을 통해 독도 영공 침범을 부인한 바 있다. 러시아 국방부 입장을 모를 리 없는 청와대가 무관 발언을 굳이 공개한 것은 러시아 정부와 물밑 교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는 24일 오후 4시쯤 전혀 다른 내용의 러시아 국방부 입장을 공개했다. 우리 국방부는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러시아 군용기의 비행 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취지의 러시아 정부 문서를 소개했다. 24일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을 통해 러시아 국방부에서 전달 받은 문서였다. 청와대가 러시아 정부 입장을 제대로 확인하거나 국방부와 대응 방침을 조율하지 않고 무관의 발언을 섣불리 공개해 혼선을 빚은 것이다.

이어 러시아 정부도 청와대의 발표를 공식 부인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이날 오후 6시쯤 “러시아는 중국과 연합 비행 훈련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 한국에 사과한 것을 부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영공 침범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청와대 설명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중국ㆍ러시아와 갈등 확산을 차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급한 대응 탓에 청와대의 신뢰도는 상처를 입었다. 청와대가 국방부를 배제한 것이나 대사관에 파견된 차석무관급 인사의 발언을 청와대 수석이 발표한 모양새 자체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윤도한 수석은 “오늘 오전 브리핑 때는 (국방부가 밝힌 러시아 공식 입장을) 보고 받지 못했다”며 “러시아 무관이 어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을 전달한 것이고, 그의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는 (청와대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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