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제공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출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먹는 기내식이고, 가장 맛 없는 밥은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먹어야 할 기내식이라는 우스개 소리에 누군가 한 마디 말을 얹었다. “더 최악은 날개 옆 자리에 앉아서 시끄러운 엔진 소리 들으면서 먹는 기내식이야.“

실제 여객기 날개 쪽 좌석은 인기가 없다. 화장실 주변과 함께 피해야 할 자리 중 하나인데 이유는 시끄럽기 때문이다. 이륙 전 굉음에 가까운 엔진 소리를 듣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엔진이 없다면, 맛있는 출발 기내식도 없다. 그렇다면 육중한 비행기 동체를 하늘 위로 띄워 올리는 그 막강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비행기 엔진이 구동하는 과학적 원리를 알아보자.

◇배보다 배꼽이 클수록 매력적

비행기가 날기 위해선 ‘추력’이라 불리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특히나 이륙을 위해서는 항공기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비행기의 추력 에너지는 가고자 하는 방향 반대쪽으로 공기를 배출함으로써 생긴다. 뉴턴의 운동 제3법칙, 모든 작용에는 반대 방향의 동일한 반작용이 있다는 원리에 따라 비행기 뒤쪽으로 공기가 방출되면 본체는 앞쪽으로 이동하면서 하늘로 비상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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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력을 내는 주요 장치가 바로 엔진이다. 보통 터보제트엔진이라고도 하는데 흡입, 압축, 연소, 배기 네 단계를 거쳐 ‘제트 에어’를 뿜어내면서 추력을 얻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일단은 연소되면 팽창하는 공기의 성질을 십분 활용한다. 적당한 양의 연료로 공기를 연소시키는 게 첫 번째 단계다. 비행기 엔진 앞부분을 보면 커다란 프로펠러가 있는데, 태워야 할 공기를 모으는 역할을 하는 팬이다.

팬을 통해 안으로 유입된 공기를 태우는 공간이 연소실이다. 그에 앞서 최대한 많은 공기를 모으기 위해 압축기가 작동한다. 연소된 뒤 팽창된 공기, 즉 완성된 제트가 맨 뒤쪽에 자리한 노즐을 통해 일정한 방향으로 뿜어지면서 비행기는 앞으로 날아간다.

최근 여객기들은 제트엔진에서 한 단계 성능이 향상된 ‘터보팬 엔진’을 사용한다. 기본적인 원리는 제트엔진과 동일하다. 하지만 보다 적은 연료로 동일한 추력을 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핵심은 더 많은 공기를 확보하는데 있다. 더 큰 팬을 장착, 엔진 안으로 보내는 공기를 모두 연소실로 보내는 게 아니라, 상당 부분을 연소실 바깥으로 흐르게 한다. 태운 공기와 태우지 않은 공기를 동시에 내뿜는 것이다. 바깥쪽으로 흐르는 공기를 ‘바이패스 에어’라고 하는데 연소실로 가는 공기의 양과 바이패스 에어 비율을 바이패스비라고 한다. 최신 비행기 엔진의 바이패스비는 대부분 8~10 정도인데, 연소실을 통해 내뿜어지는 제트보다 그 바깥으로 흘러 배출되는 공기가 8배에서 10배 정도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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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속도와 질량에 비례한다. 제트처럼 빠르게 공기를 분사하지 않아도, 많은 양의 바이패스 에어를 다소 느리게 분사함으로써 운동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둘의 적당한 조화, 8배에서 10배 정도 많은, 연소되지 않은 공기를 내뿜어 필요한 추력을 얻는다는 게 터보팬 엔진의 핵심이다. ‘배(제트)보다 배꼽(바이패스 에어)이 큰, 고효율 엔진‘이 널리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둘이 같은 추력을 낸다고 가정해보면 터보팬 쪽이 당연히 적은 연료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게다가 연소 과정과 제트가 분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더 적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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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도 후진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엔진은 한 방향으로만 제트와 바이패스 에어를 쏟아낼까? 공기 배출 방향을 반대로 하면, 비행기도 후진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이론적으로 상상하자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은데, 공항에서 움직이는 수 많은 여객기 중에서 뒤로 가는 건 본 적이 없으니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할 수는 있는데 하지는 못한다’에 가깝다. 비행기를 역추진할 경우 엔진에 무리가 생길뿐더러 심각한 손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나 요즘엔 엔진이 양 날개 밑부분, 즉 지면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달려 있어 이물질 등이 엔진 안으로 대량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 강한 엔진의 힘 때문에 전방에 피해가 생길 수도 있고, 연료 소모도 정방향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항공법 역시 역추진은 착륙 때 속도를 줄여 활주 거리를 짧게 할 용도가 아닌 경우 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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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불가피하게 후진을 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때 등장하는 게 토잉카다. 공항 등에서 차량의 중앙과 비행기 바퀴를 밀착시켜 살짝 들어올려 견인하는 트랙터인데 길고 넓적한 성냥갑 모양을 하고 있는 특수차량이다. 소형 자동차만한 것도 있고 10m 정도의 대형도 있는데 계류장의 비행기를 탑승교로 끌고 오거나 격납고에 있는 항공기를 꺼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자기 무게의 15배에 달하는 무거운 비행기도 거뜬히 이동시킬 수 있는 힘을 자랑하는데, 소형은 2억~3억원 정도, 초대형 여객기 A380을 견인하는 대형은 10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나름 ‘비싼 몸’이다. 둔탁해 보인다고, 여객기에 비해 왜소(?)해 보인다고, 무시할 존재가 아니라는 얘기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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