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0월부터 시행… 7개 지자체 ‘규제 샌드박스’ 지정
통신수단을 활용해 가정에서도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가 이르면 10월부터 강원 지역에서 국내 처음으로 본격 시행된다. 원격의료를 원하는 환자는 방문 간호사가 입회한 상태에서 스마트폰 영상통화 등을 통해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산골마을 주민이 굳이 도시의 병원까지 이동하지 않고도 가정에서 진단과 처방을 받는 시대가 눈앞에 왔다.
정부 규제자유특구위원회는 규제샌드박스 4법 중 마지막으로 시행에 들어간 ‘지역특구법’에 따라 강원ㆍ경북ㆍ대구ㆍ부산ㆍ세종ㆍ전남ㆍ충북 등 7개 지방자치단체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총 58개의 규제 특례를 허용했다고 24일 밝혔다. 디지털헬스케어 특구 지정을 신청한 강원도 지역에서는 의료기관끼리의 협진에만 원격의료를 허용한 현행 의료법에 대해 실증특례가 적용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의료가 가능해진다. 실증특례 유효기간은 2년, 현재까지 참여를 원하는 기업은 2곳이다.
구체적인 원격의료 방법을 살펴보면 고혈압 환자의 경우 기업이 개발한 혈압계를 이용해 매일 혈압을 측정하고 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입력한다. 이렇게 입력된 의료정보는 의료기관의 데이터베이스에 집적되는데 혈압이 지나치게 올라갈 경우 의원이 직접 병원을 방문하거나 기타 조치를 취하라고 안내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도 혈당과 식단 등의 정보를 매일 스마트폰 앱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원격의료가 진행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병원에 방문했을 때 잠깐 혈압을 측정하는 것과 달리 장기간 쌓인 혈압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업은 원격의료의 전 과정을 실증해보는 성격으로 대상이 △만성질환 가운데 고혈압ㆍ당뇨병 환자 △병원에서 초진을 마친 환자(재진 환자)로 한정돼 있다. 또 환자 상태 모니터링과 내원 안내, 상담과 교육은 자유롭게 원격으로 가능하지만 진단ㆍ처방은 반드시 간호사가 입회한 상태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의원 등 1차 의료기관만 할 수 있고, 대상 환자도 1년에 300명씩 총 600명에 한정했다. ‘조건부 원격진료’인 셈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한편, 의료정보를 이용한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추진해 온 문재인 정부의 의료법 개정을 위한 사전포석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원의들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료서비스를 산업적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있다”며 이번 사업에 반대했다. 원격진료의 의학적 신뢰도가 낮고, 이번 사업 종료 후 범위가 확대될 경우 환자가 의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형병원으로부터 직접 원격의료를 받게 돼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의료는 ‘한번 시험적으로 해본다’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선 안 되는 영역”이라면서 “의료분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아닌 중기부가 산업적 시각에서 의료를 다루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중기부에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다만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번 사업에 대해 “원격의료를 실증하는 기회가 되겠지만 이후에 정부 정책으로 바로 시행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건 노동조합과 가입자 시민단체 등이 모인 무상의료운동본부(약칭)도 원격진료 도입에 부정적이다. 의료분야 영리화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인권침해 등을 우려한다.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환자의 빅데이터를 민간기업이 관리하도록 두어선 안 된다”라면서 “정부나 보건소가 정보를 관리하고 환자가 필요할 경우 사용하는 방식으로 법을 정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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