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발견 시티투어버스] <30>서천 
관광객들이 서천시티투어 버스에 오르고 있다.

맑은 공기와 여유로운 휴식을 보내고 싶다면 자연생태도시로 알려진 충남 서천군은 추천할만한 하다. 이곳에서 운영 중인 ‘서천시티투어’는 이 지역 명소를 똘똘하게 안내해 주는 길라잡이로 통한다. 충남 서천군 서천버스터미널에서 시작된 서천시티투어 버스에 올라 약 8시간 동안 진행된 ‘문화코스’를 둘러봤다.

서천시티투어 버스의 ‘문화코스’ 탑승 시간인 오전 10시가 다가오자,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출발지로 모여 들었다. 이들을 맞이한 나연옥(61) 문화해설사는 이내 서천 시티투어 일정을 안내했다. 하지만 정작 여행객들은 일정 안내보단 단아하고 곱게 지은 나 해설사의 새하얀 모시옷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관광객 사이에선 “모시옷이 예쁘고 멋있다”란 칭찬도 쏟아졌다. 60대 후반의 관광객 12명은 모두 한 번쯤 모시옷을 입어 보거나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고무된 나 해설사의 반응도 이어졌다. 나 해설사는 관광객 관심에 보답을 하겠다며 즉석에서 당일 시티투어 코스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산모시관을 추가로 운행해 세계최고의 한산모시 진가를 보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목은 이색 선생의 정신이 서린 문헌서원 
문헌서원 전경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중간 탑승지에서 4명을 더 태우고 첫 여정인 문헌서원에 도착했다. 문헌서원은 고려 말 충신 목은 이색 선생과 부친인 가정 이곡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관광객들은 서원 전경 좌우에 조성된 이색 선생과 부친의 묘를 바라보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서원은 위패를 모신 사우 효정사와 목은 이색 선생 영당, 학문을 토론하던 진수당, 6칸 규모의 2층 누각식 강륜당, 제기를 보관하는 전사청, 내 외삼문, 효정사, 이색 신도비, 이종덕 효행비 등으로 구성됐다. 영당 뒤 편에선 선홍빛 꽃봉오리를 터뜨린 수령 400년의 아름드리 배롱나무 두 그루가 관광객을 반겼다.

관광객들이 문헌서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문헌서원은 살아 있는 서원으로 유명하다. 현재도 매주 3회 강론과 인문학 강좌로 서원 역할을 수행 중이다. 경내에는 5개동의 한옥이 전통 건축양식으로 신축한 문헌전통호텔이 들어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 호텔은 템플스테이처럼 몸과 마음의 피곤함을 치유하는 서원스테이 역할로, 최근 기업과 단체에서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절에 사찰음식이 있다면 이곳엔 ‘문헌전통밥상’이 있다. 예약 하면 누구나 맛볼 수 있다. 관련 내용은 문헌서원 홈페이지(http://munheon.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산모시관 돌아나오자… 
한산모시관 전경

문헌서원을 떠난 버스는 지척의 한산모시관으로 향했다. 전통 가곡이 흘러나온 전시관에 소개된 곱디 고운 모시는 여성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한산모시의 옷감에서 풍기는 단아하고 청아한 멋 때문으로 보였다. 올이 가늘면서 촘촘한 데다, 까실 까실한 질감은 시원함을 선사했다. 날아갈 듯한 가벼운 100% 천연소재는 한삼모시만의 자랑이다. 한산모시를 처음 생산했던 건지산 기슭에 자리한 한산모시관에선 모시각, 전통공방, 한산모시 전시관, 토속관 등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나연옥 문화해설사가 모시풀을 들고 관광객들에게 모시짜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모시관에선 조상의 손때가 그대로 묻어난 모시짜기 도구와 모시옷, 서적 등이 눈에 띄었다. 이를 통해 세모시 제작 과정도 어렴풋이 감지됐다. 모시풀 재배와 수확, 태모시 만들기,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 등의 생산과정도 한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됐다. 인근 건물에선 현대적 감각의 글로벌 패션으로 변신한 모시옷이 주인을 기다렸다. 이곳에선 베틀 체험이 가능했고 기능보유자를 통해 1,400년이나 이어온 전통 모시짜기도 볼 수 있다. 모시관을 돌아 나오는 도중, 한산소곡주 술도가들이 눈에 들어오자 남성 관람객들 사이에선 “한잔 마시고 가야 하는데”란 아쉬움도 터졌다.

 ◇시티투어 속 시티투어 장항역 
장항 도시탐험역 전경

한산모시관 관람을 마친 일행은 장항읍의 음식골목으로 안내됐다. 이곳에 위치한 ‘장항 6080 음식골목 맛나로(路)’는 계획된 시티투어코스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소읍의 정취와 함께 점심을 해결하기엔 안성맞춤으로 알려진 곳이다.

관광객들이 '장항 6080 음식골목 맛나로'를 걷고 있다.

맛나로는 1960~80년대 서천군 도심을 보존한 곳으로, 당시 유행한 음식들을 팔았던 19개 식당이 영업 중이다. 길가 양쪽에 늘어선 이곳의 식당들은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 상에선 이미 소문난 맛집으로 소개되고 있다. 맛나로에 인접하자, 관광객들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20분 남짓 걸리는 이동 시간에 맞춰 탑승 때 받아 둔 안내책자를 보고 각자 먹을 음식을 예약했다.

점심을 마친 관광객들은 옛 장항선 종착역이었던 구 장항역으로 향했다. 장항선 선로 변경으로 역을 이전하면서 기존 역사는 ‘장항 도시탐험역’이란 이름의 관광지로 변신했다. 옛 장항역의 외관을 보존하면서 현대식으로 재단장한 역사는 각종 소공연 행사가 가능한 데다 소규모 박물관까지 입점, 문화예술공간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깔끔하게 단장된 카페 또한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에겐 인기를 누렸다.

 ◇기벌포 해전 전망대(장항스카이워크)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기벌포 해전 전망대(장항스카이워크)

다음 행선지로 찾아간 기벌포 해전 전망대(장항 스카이워크)는 송림 삼림욕장과 백사장을 사이에 두고 설치돼 있었다. 좌우로 송림과 백사장을 함께 감상 가능한 스카이워크는 높이 15m에 해송 숲 위로 가로질러 바다까지 이어지는 길이 100m의 ‘시인의 하늘 길’ 과 ‘철새 하늘길’ ‘바다 하늘길’ 등 모두 250m로 구성됐다. 스카이워크를 가려면 송림을 지나야 했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송림이 해안을 따라 이어져 조용한 산책도 즐길 수 있다.

0 관광객들이 송림삼림욕장 오솔길을 걷고 있다.

특히 송림 사이 초록의 맥문동이 피어낸 자태 고운 보라색 꽃과 연분홍 송엽국 꽃밭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송림 주위는 식당이나 위락시설 등의 번잡한 시설이 없다는 점에서 조용하게 산책로로 이용하기엔 충분했다. 오솔길 곳곳에 세워진 유명 시인의 시비는 중간중간 걸음을 세워 시를 읊조리게 했다.

 ◇갯벌 위 국립생태원 동식물 4500여종 
국립생태원 전경

다음 코스로 도착한 국립생태원에선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금강과 서해바다가 만나 이뤄낸 갯벌을 개발해 그 위에 4,500여종의 동식물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생태원 내 ‘에코리움’에선 구역별 실내온도 조절 기능을 갖춘 인텔리전트 시스템을 갖추면서 열대관·사막관·지중해관·온대관·극지관 등 세계 5대 기후대 생태체험까지 가능하게 했다.

현지 생태계를 그대로 재현한 에코리움의 각 온실에선 기후대별 어류·파충류·양서류·조류 등 2,400여종의 동식물이 살아 숨쉬었다. 2개의 상설주제전시관에선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단체 오리엔테이션, 강연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선 연령대별 생태 관련 도서와 전자책 열람도 가능, 생태체험과 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건물 밖에선 국립생태원 상징 볼거리 광장이 관광객을 반겼다. 광장을 지나 방문자센터까지 걸어서 이동하거나 무료로 전기차를 타고 움직일 수 있다.

 ◇서천특화시장엔 명품 해산물이 가득 
서천특화시장 전경

여정의 마지막 코스인 서천특화시장에 도착하자 나 해설사는 차 안에서 갑자기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선물용 휴대용 장바구니를 나눠 준 나 해설사는 “서천의 명품 해산물을 가득 쇼핑하라는 의미로 군에서 마련한 선물”이라고 깜짝 소개했다.

서천특화시장 수산물 판매장

서천특화시장은 지상 2층, 연면적 6,500여㎡ 규모로 점포 및 노점동과 식당동, 각종 편의시설을 고루 갖춘 현대식 수산물 특화시장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장터를 2004년 새로 조성했다.

시장에선 서천 앞바다에서 갓 잡은 수산물과 농산물 및 잡화, 의류 등을 팔았다. 특히 싱싱한 활어와 횟감을 저렴하게 구입 가능해 인근 보령 및 군산, 익산 등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영화 ‘JSA 공동경비구역’촬영지, 신성리 갈대밭 
하늘에서 내려 본 신성리 갈대밭. 서천군 제공

이날 코스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신성리 갈대밭은 서해바다와 금강이 만들어낸 명소다.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의 하나로 영화 ‘JSA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파란 하늘과 맞닿을 듯한 장관의 갈대밭은 폭 200m, 길이 1km, 면적 23만㎡ 규모로 한국관광공사가 우리나라 4대 갈대밭으로 선정했다.

성인 키를 훌쩍 넘는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속삭임은 마음속 시름도 씻어낸다는 후기다. 강둑에 올라 광활한 갈대밭을 바라보면 내가 서 있는 곳이 땅인지 풀숲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갈대밭 곳곳의 나무 현판에 새겨진 시를 감상하다 보면 시인으로 착각한다는 게 먼저 다녀간 이들의 귀띔이다. 사진을 찍는 곳마다 풍경은 아름다운 액자에 비견된다. 바다로 향하기 직전 은빛 물결의 금강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 갈대의 초록과 금빛 너울은 덤이다.

◇서천시티투어 문화코스 일정

서천시티투어는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6일간 운영한다. ‘서천문화코스’와 ‘구석구석 힐링 기차여행’ 이웃한 전북 군산을 함께 돌아보는 ‘광역시티투어’ 등 3개 코스가 있다. 이 가운데 서천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서천문화코스가 가장 인기가 높다.

서천문화코스는 요일별로 코스를 달리하고 있다. 한산모시관과 신성리 갈대밭, 서천특화시장은 각각 계절별, 요일별로 코스에 포함되기 때문에 원하는 탐방지가 포함된 계절과 요일을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요금은 성인기준 4,000원이며 서천종합관광안내소 (041)952-9525로 하면 된다.

서천=글·사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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