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입 난망… 3국 동맹 틈새 노린 의도적 침범
23일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인근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촬영한 당시 장면이다. 도쿄=일본 방위성 제공ㆍ연합뉴스

중국과 연합훈련을 시행하던 러시아 군용기의 23일 독도 영공 침범은 한미일 공조의 약한 고리를 노린 중국과 러시아의 의도적 도발이라는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독도는 동맹인 일본이 영유권을 억지 주장하고 있어 미국도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곳이다. 이처럼 민감한 지역인 독도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건 미국의 손발을 묶고 곳곳에서 잡음이 불거진 한미일 3국 협력의 실상을 떠보기에 안성맞춤이다. 나아가 갈수록 공고해지는 군사 밀착을 앞세워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의 제해권을 좌우하는 동해에서 얼마나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 가늠해볼 호기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23일 20여분 간격으로 두 차례 독도 상공을 지나갔다. 특히 A-50은 일본 남서쪽 해상까지 동해를 훑고 내려간 2대의 TU-95 폭격기와 달리 독도 근처를 맴돌다 돌아갔다. 애당초 목표가 독도였다는 얘기다. 레이더와 항법장치가 생명인 조기경보기가 기기 오작동 등 사고로 영공을 침범했을 가능성은 없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4일 “감시정찰이 주 임무인 조기경보기가 오작동으로 그 모양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유린하더라도 우리 군이 격추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다. 러시아는 이 같은 허점을 노렸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기 위해 영공을 침범해야 격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9ㆍ11 테러와 같이 인구밀집 지역으로 접근했다면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우리 전투기가 조기경보기 1㎞ 전방을 겨냥한 기총 사격에 그친 이유다. 더구나 일본 전투기가 동시에 출격하는 통에 달리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앞서 러시아 폭격기 2대가 지난달 초 일본 오키나와 영공을 두 차례 침범했을 때도 자위대 전투기는 이들을 쫓아내는 데 그쳤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4일 “한국은 동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설정했지만 러시아 군용기를 몰아내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면서 비아냥댔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우의를 과시하며 이번 훈련을 자화자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철저히 기획된 도발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전날 훈련은 양국의 첫 연합 공중 전략 비행이었다”면서 “러시아와 전면적 전략 파트너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고 작전능력을 높여 글로벌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러 양국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불안을 조장하는 미국에 맞서 무력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항변으로 들리는 대목이다.

해외 언론도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는 이번 도발을 ‘미국의 악몽’이라고 평가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더 크고 정교한 규모로 연합훈련과 합동감시에 나섰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양국은 경제ㆍ외교에 이어 돈독해진 군사관계를 앞세워 무역전쟁이 한창인 미국을 향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고 지적했다. 미 CNN은 “태평양 지역에서 움트고 있는 중러 양국의 군사동맹을 시험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라며 “아직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일본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방위조약을 맺은 것보다 동북아에서 더 공고한 군사 관계에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관계는 더 끈끈해질 예정이어서, 향후 독도 영공 침범과 같은 사태는 심심치 않게 벌어질 전망이다. 이날 미국의소리방송(VOA)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중국과 새로운 군사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며 현재 로드맵 형식의 이 협정에는 연합군사훈련과 무기거래 등 내용이 포함됐다. 방송은 “이 협정에는 군사동맹 결성 내용은 없지만 앞으로 공중, 해상에서의 공동 작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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