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일선 자치구들이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입장권 판매액이 목표치를 넘어섰는데도 정작 경기장엔 관중들이 나타나지 않은 ‘노쇼(No Show)’ 현상이 발생하면서 대회 흥행에 적신호가 켜지자 돈을 주고 관중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시민 서포터즈로 등록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서포터즈들에게 지급되는 활동비를 받고 응원단 겸 관중으로 동원되면서 “돈으로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24일 시 등에 따르면 시와 5개 자치구가 지난 2~3월 모집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시민 서포터즈는 1만1,599명. 이들은 참가국별로 40~80명씩 팀 단위로 나뉘어 해당 국가 응원과 선수단 환영ㆍ환송, 관광안내 등의 활동을 한다. 선수들과의 교류를 통해 긍정적인 대회 이미지를 만드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시는 이들을 상대로 수영대회 개요, 참가국 현황, 응원 방법, 국제 에티켓, 응급상황 시 조치 요령 등 국제행사에 대비한 소양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대회 초반부터 대회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면서 경기장에 관중들이 들어차지 않자 5개 자치구에선 시민 서포터즈 참가 신청을 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까지 서포터즈로 급조해 경기장에 동원하고 있다. 실제 일선 자치구들은 대회기간 통ㆍ반장 등을 모집책으로 내세워 주부 등을 끌어 모은 뒤 경기장으로 데려가 응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자치구들은 정식 등록된 시민 서포터즈에게만 자원봉사자로 인정해 지급하기로 했던 활동비 1만원(1일 3시간 기준)을 ‘가짜 서포터즈’들에게도 지원하고 있다. 또 무료 입장권과 유니폼도 제공한다. 앞서 광주시는 국비와 시비를 들여 확보한 시민 서포터즈 운영비 11억원을 5개 구청 등에 보조금으로 나눠줬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들이 혈세로 경기장 빈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주부 A씨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서포터즈로 등록은 안 돼 있지만 시간이 되면 세계수영대회 서포터즈로 참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해당 동사무소에 인적 사항과 활동비를 지급받을 계좌번호를 불러준 뒤 경기장에 가서 응원도 하고 경기 관람도 했다”고 말했다. 모 구청의 관계자도 “광주시에서 애초 서포터즈 모집할 때부터 서포터즈로 등록하지 않은 시민들도 실제 경기장에서 응원 활동에 참여하면 실비를 지급하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혈세를 이용한 관중 동원에 대해 “썰렁한 경기장 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시와 자치구들은 미등록 서포터즈들이 얼마나 동원됐는지,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에서 서포터즈 팀별로 경기장 응원 인원 수를 채우기 위해 서포터즈로 등록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을 동원할 소지가 있어 보이는 만큼 실태 파악을 한 뒤 문제가 있다면 고치겠다”며 “다만 정식 서포터즈로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대회 개최 이후 흥행을 위해 서포터즈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 분들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활동한 만큼 실비 차원에서 활동비를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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