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여제’, ‘여자 펠프스’ 등 각종 수식어를 달고 다닌 케이티 러데키(22ㆍ미국)가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내고 있다.
러데키는 15세 때인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자유형 800m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이듬해인 2013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금 4개로 여자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스타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이후 2015년 카잔 대회에서 금 5개로 2개 대회 연속 MVP에 올랐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특히 2017년 부다페스트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3개 종목(자유형 400ㆍ800ㆍ1,500m) 3연패에 성공하며 세계 여자 자유형 중장거리 부문을 독식했다. 2017년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유일한 흠’일 정도였다.
이번 광주 대회를 앞두고도 당연히 여제 러데키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3개 종목 4연패’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21일 첫 번째 레이스였던 자유형 400m 결승부터 예상이 빗나갔다. 호주에서 온 19세 소녀 아리안 티트머스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순위뿐만 아니라 기록도 3분59초97로 티트머스보다 1초21이나 뒤졌고,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 신기록(3분56초46)과도 거리가 멀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 인터뷰도 거절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다음날 오전 1,500m 예선에서 1위로 통과하며 전날의 충격을 걷어낸 듯 보였지만, 역시 기록은 15분48초90으로 자신의 최고 기록(15분20초48ㆍ세계신기록)과는 무려 28초 이상 차이가 났다. 결국 러데키는 23일 1,500m 결승과 200m 예선까지 모두 포기,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암시했다. 미국 대표팀은 “구체적인 병명이나 진단이 나온 건 아니다”라며 “광주에 도착했을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만 전했다.
이제 러데키에게 남은 개인 종목은 800m뿐이다. 26일 예선, 27일 결승이 열린다. 러데키가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 종목으로, 우승하면 4연패에 성공하게 된다. 일단 단체전 종목인 여자 계영 800m(25일)에서 러데키가 제 기량을 보일지 관건이다. 이 종목 역시 4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종목이자 미국의 대회 5연패도 걸려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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