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근거없는 수출 통제 강화 조치는 즉시 원상 회복돼야 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을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려는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역시 철회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입법예고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의견서를 이날 제출했다.
성 장관은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 미흡, 양국간 신뢰관계 훼손 등 일본 측이 내세우는 이번 조치의 사유는 모두 근거가 없다”며 일본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우선 “일본은 한국의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가 불충분하다고 하지만 이는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며 “한국은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 그룹(NSG),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의 캐치올 통제 도입 권고지침을 모두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도 일본 화이트리스트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이 한국의 캐치올 통제 제도만을 문제 삼는 건 명백하게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의 수출통제 관리는 산업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위사업청 등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기관간의 긴밀한 협업 체계를 바탕으로 더욱 강력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인력규모 측면에서도 전략물자 허가‧판정을 위해 110명의 전담인력이 3개 부처와 2개 공공기관에 배치돼 있어 일본에 비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는 전략물자 관리 평가에서 한국을 세계 17위, 일본을 36위로 평가했다.
성 장관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건 국제 규범에 어긋나며, 글로벌 가치사슬과 자유무역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는 무역 장벽을 실질적으로 감축하고 차별적 대우를 철폐하고자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 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출 통제에 대한 회원국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바세나르체제의 기본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성 장관은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그는 “양국의 기업과 국민들은 일본의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지난 60여년 이상 발전시켜 온 공생ㆍ공존의 한ㆍ일 간 경제협력의 틀이 깨어지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번 문제 해결 뿐 아니라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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