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과 이승기가 처음으로 의기투합한 예능이다. 여기에 ‘대세’ 박나래와 ‘예능 새내기’ 배우 정소민 까지 합류했다. 여느 예능에서도 쉽게 볼 수 없던 파격적 라인업이다.
역대급 출연진을 꾸린 만큼 당연히 도전적인 포맷으로 시청률 사냥에 나설 것이라 예상했는데 정작 이들이 택한 것은 ‘힐링 육아 예능’이란다. 심지어 담당 PD는 “예능적 요소는 없다”고 담담하게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편성 시간대 역시 파격적이다. 올 여름 한시적으로 10시 월화드라마를 폐지하고 해당 시간대 예능 편성이라는 전략을 선보이는 SBS의 첫 주자다. 자연스럽게 월화 연속 방송 형태로 편성된 것 역시 그간 예능시장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실험적인 형태다. 대체 어떤 프로그램이 탄생할는지, 파격에 파격을 더한 예능 ‘리틀 포레스트’의 등장에 자연스레 눈길이 모였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모처에서 진행된 SBS 새 예능 ‘리틀 포레스트’ 기자간담회에는 최영인 CP와 김정욱 PD가 참석했다. 캐스팅 라인업과 티저 영상 공개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을 마주한 자리에서 ‘리틀 포레스트’ 제작진은 기획의도부터 출연진들의 섭외 비하인드 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밝혔다.
먼저 김정욱 PD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대해 “최근 아이들이 뛰어 놀 수 곳이 많이 없다”고 입을 열었다.
“요즘 층간소음, 미세먼지, 혹은 부모님의 맞벌이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이 야외에서 노는 것 대신 유튜브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 역시 이런 현실 속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뭘까’를 생각하게 됐죠. 결국엔 ‘자연’이더라고요. 4~7세 아이들은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한 나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건강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 싶었어요.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건강하게 만들자고 생각했죠.”
제작진이 선택한 ‘자연’의 공간은 강원도 인제였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좋은 장소를 찾다가 발견한 곳이 인제였다. 실제 한 주민 분이 살고 있는 집이 촬영 장소”라며 “프로그램을 위해 개방해 주신 덕분에 그 곳에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잘 뛰어놀고 잘 먹는 것이 저희의 취지다. 기존의 육아 예능과는 보여주고자 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라고 귀띔했다.
제작진은 “기존 육아 예능과 결이 다르다”고 자신했지만, 사실 ‘리틀 포레스트’가 예고한 육아 예능이 기존 예능계에서 이미 수없이 다뤄지며 다소 식상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우려가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다시 한 번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짚으며 차별점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실 사회에서 당장 해결할 순 없지만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이 저희 프로그램의 의도였어요. 때문에 ‘육아예능 포맷이 식상하기 때문에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아이를 보는 것 자체가 여전히 관심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반영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출연자인 이승기 씨의 말마따나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차별점을 꼽자면 저희만의 숨은 매력들이 되겠죠. 예를 들어 이서진 씨와 아이들의 케미 같은 지점이요. 상상하기 어려운 만큼 궁금한 포인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멤버들 역시 기존 예능에선 볼 수 없던 조합이니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이어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네 명의 연예인 출연자들과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함께 하는 모습을 통해 힐링 대리만족은 물론 아이들에게 있어 자연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그야말로 ‘선한 영향력’에 집중한 ‘리틀 포레스트’는 예능보단 드라마적인 느낌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에서 김 PD는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는 어떤 예능적 장치를 추가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추가한 건 없다”는 파격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진심으로 아이를 돌보는 게 목표에요. 좌충우돌이 있거나, 예능적인 장치는 없어요. 이서진 씨와 박나래 씨는 원래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원래 절친한 사이인 이서진-이승기 씨의 브로맨스 케미 역시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느낌들을 드라마 보듯이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오는 8월 12일 첫 방송을 확정지은 ‘리틀 포레스트’는 타 방송사 10시 드라마들과의 유례없는 경쟁을 펼치게 될 예정이다. 도전적인 시간대와 월화 연속 방송이라는 실험적인 편성에 부담이 클 법도 하건만, 제작진은 걱정 대신 기대 어린 시선으로 프로그램의 미래를 내다봤다.
“파격적인 편성이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시청 트렌드가 변하면서 채널 역시 실험을 거듭하는 거고, 이번 편성 변화 역시 다양한 환경적 변화들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생각해요. 애초에 뭔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죠. 적당히 승산이 있을 것 같다는 의도 하에 시도를 한 만큼, 앞으로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월화 연속 방송 역시 실보단 득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젠 일주일씩 기다려서 다음 화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하거든요. 16편을 한 주에 하나씩 4개월간 보는 것 보단 두 편씩 두 달 안에 빠르게 보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에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