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논란 속에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종목 최초로 4연패를 달성한 중국 수영 간판 쑨양(28)에게 행운까지 따랐다. 자유형 200m에서 2위로 터치패드를 찍고도 가장 먼저 골인한 선수의 실격으로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쑨양은 23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93을 기록했다. 리투아니아의 다나스 랍시스가 1분44초69로 쑨양보다 먼저 레이스를 마쳤지만 금메달의 주인은 1분도 안 돼 바뀌었다. 랍시스는 부정 출발로 실격됐고, 쑨양이 1위로 올라섰다. 이로써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했다. 3위였던 일본의 마쓰모토 가쓰히로(1분45초22)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1분45초63으로 나란히 공동 4위에 자리했던 마르틴 말류틴(러시아)과 던컨 스캇(영국)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쑨양의 순위가 1위로 바뀐 순간 중국 팬들은 큰 환호를 보냈다. 다른 한 쪽에서는 도핑 회피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쑨양을 향해 야유도 쏟아졌다. 시상대에서는 또 한번 쑨양과 기념 촬영을 거부한 선수가 나왔다. 동메달을 따낸 던컨은 쑨양 곁으로 가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꼼짝 안 했다. 쑨양의 악수와 포옹도 거부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쑨양 역시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앞서 자유형 400m 시상식에서 쑨양에게 반감을 드러낸 은메달리스트 맥 호턴(호주)이 시상대에 메달리스트들과 나란히 오르지 않고 홀로 뒷짐을 쥔 채 다른 곳을 응시한 것처럼 던컨도 행동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22일 자유형 400m 시상식에서 일어난 상황을 분석한 뒤 호주수영연맹과 호턴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FINA는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을 존중하지만 올바른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FINA의 경고 조치를 받은 호턴은 23일 자유형 800m 예선을 마친 뒤 “수영이라는 스포츠를 보호하는 것만큼 나는 우리 팀도 보호해야 한다”며 “지금은 팀의 성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어쨌든 쑨양은 세계선수권대회 통산 금메달 수를 11개로 늘렸다. 이는 남자 선수 중 호주의 수영영웅 이언 소프와 함께 역대 3위에 해당한다. 개인ㆍ단체전을 통틀어 역대 남자 선수 최다 금메달리스트는 무려 26개를 딴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다. 2위는 라이언 록티(미국ㆍ18개)다. 개인전으로만 좁히면 11개 금메달을 모두 개인 종목에서 딴 쑨양이 록티(10개)를 제치고 펠프스(15개)에 이어 2위로 올라선다.
쑨양은 이날 오전 열린 자유형 800m 예선에서 7분48초12로 전체 8위를 차지하고 결승행 막차를 타 24일 3관왕에 도전한다.
광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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