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악화하거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제때 통과되지 않는다면 올해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2.2%)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악화된다면 (통화정책을 통한)대응 여부를 고민할 것이며 대응 여력이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 18일 발표한)경제전망에 일본 수출규제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상황이 악화되면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경에 대해서도 “성장률 전망치에 추경효과가 반영된 터라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성장률이 그만큼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대폭 낮추면서 일본 수출규제의 부정적 효과는 성장률 전망치 범위 중 낮은 쪽을 택하는 정도로만 반영했다고 밝혔다. 추경 효과는 성장률에 0.06~0.07%포인트가량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우호국가)’ 배제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의 여지를 남겼다. 다만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엔 “예단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함께 출석한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거래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토대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관련 26개 국내 기업이 일본 수출규제로 직간접적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들 기업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여신 잔액은 3조1,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일본이 대출ㆍ투자 회수로 금융보복에도 나설 거란 관측엔 “3주 정도 매일 금융시장을 모니터링해왔는데 특이한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인의 국내 주식ㆍ채권 투자액은 125억달러(14조7,000억원), 일본계 은행 국내 지점의 여신액은 24조원으로 국내 증권 및 대출시장의 각 2% 수준이라 여파도 크지 않을 걸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행여 금융보복 조치가 현실화하면 숫자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예기치 못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며 예방적 조치를 주문했다.

한편 이 총재는 “거시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선 재정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재정정책 기조에 대해서 “확장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내놨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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