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조기경보기, 독도 영공 2차례 침범… 우리 전투기들 경고사격
중·러 군용기 4대 KADIZ 진입… 동해상 한일중러 4국 동시 출격
막심 볼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대리가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오른쪽은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 서재훈 기자

러시아 군용기가 23일 독도 영공을 두 차례 무단 침범했다. 외국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은 사상 최초로, 우리 군은 경고사격 수백 발을 가해 응수했다. 영공을 침범한 군용기와 별도로 중국ㆍ러시아 군용기 4대가 이날 3시간여 동안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ㆍ자디즈)을 넘나들며 노골적인 무력 시위를 벌였다. 중ㆍ러는 동해에서 사실상의 연합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동북아에 이어 인도ㆍ태평양까지 영향을 뻗치는 미국을 견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일 갈등으로 균열 조짐을 보이는 한미일 군사 공조를 뒤흔드는 동시에 한반도를 무대로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수출규제 조치를 앞세운 일본의 ‘경제 도발’에 이어 중ㆍ러의 ‘군사 도발’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ㆍ외교적 지원 말고는 강력한 대응책이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중국의 H-6 폭격기 2대와 러시아의 TU-95 폭격기 2대 및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 등 군용기 5대가 카디즈에 진입했다”며 “이중 러시아 A-50은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에 걸쳐 7분간 침범해 우리 군이 대응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A-50은 이날 오전 9시9분부터 3분간 독도 영공을 5㎚(노티컬마일ㆍ약 9.26㎞) 침범했고, 이어 오전 9시 33분 다시 나타나 독도 영공 3.5㎚(약 6.4㎞) 구간에서 무단 비행했다. A-50은 오전 9시 56분쯤 카디즈를 빠져나갔다.

긴급 출격한 우리 공군 F-15K와 KF-16 전투기가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항공 조명탄) 20여발과 기총 360여발을 경고 용으로 발사, 동해상에서 무력 충돌 위기가 한 때 치솟았다. 합참 관계자는 “다른 나라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도, 중ㆍ러 군용기가 동시에 카디즈에 진입한 것도 처음”이라며 “카디즈에 진입한 다른 나라 군용기를 상대로 우리 군이 경고 사격을 한 것도 최초”라고 설명했다.

중ㆍ러 군용기가 카디즈에 체류한 시간은 각각 약 1시간 25분(중국)과 약 1시간 33분(러시아)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군용기 2대는 오전 6시44분 이어도 북서쪽에서 카디즈에 진입, 오전 7시49분쯤 대마도 인근 자디즈를 지나 오전 8시44분쯤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서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합류한 뒤 기수를 남쪽으로 틀었다. 이에 일본 자위대 군용기도 긴급 출격, 한ㆍ일ㆍ중ㆍ러 군용기가 동시에 동해상에 출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자칫 군사 충돌로 번질 수 있었던 일촉즉발의 상황은 오후 1시38분쯤에서야 종료됐다.

[저작권 한국일보] 러시아 조기경보기 독도 영공 침범. 강준구 기자

우리 정부는 중ㆍ러에 즉각 항의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FSC) 서기에 "우리는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이런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주한 중국ㆍ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을 불러 엄중 항의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러나 독도 영공 침범과 카디즈 무단 진입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버텼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누린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역시 “자국 군용기가 동해를 비행하는 동안 타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이후 카디즈 내 ‘무력 도발’의 빈도와 강도를 끌어올렸다. 중국군은 지난해 동해 카디즈에 8차례 무단 진입했고, 올해 1월엔 처음으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로 진입했다. 러시아도 올해 들어 3차례 카디즈에 들어왔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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