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5인 추천 ‘이 여름에 읽어야 할 장르소설’
8월이다. 더위에 대한 갖은 수식들이 동원될 시기다. 사람들은 이맘때면 원기 보충을 위해 보양식을 찾는다. 수박과 얼음과 삼계탕으로 지친 몸을 달랠 시기, 장르소설로 머리를 식혀보는 건 어떨까. 온라인서점 Yes24에 따르면 장르소설 판매량이 최근 5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을 만큼 장르바람이 거세다. 온 몸에 한기가 돌게 할 으스스한 공포물부터, 무더위는 깜빡 잊을 만큼 흥미진진한 추리 스릴러, 현실 도피를 도와줄 SF 판타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한 로맨스까지. 각 분야 전문가에게 여름에 읽으면 좋을 장르소설을 추천 받았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ㆍ SF전문 평론가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SF작가들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김초엽의 첫 작품집. 삶과 죽음을 넘어선 소통의 장으로 미래의 도서관을 묘사하여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관내분실’, 생의 황혼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기 위해 마지막 의지를 불태우는 주인공을 그린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 금년 여름을 특별한 기억으로 남길 이야기들이 오롯이 묶였다. 앞으로 김초엽이라는 작가를 계속해서 떠올리게 될 첫걸음이 될 것이다.
N. K. 제미신 ‘다섯 번째 계절’(황금가지)
영어권 SF문학의 최신 트렌드, 혹은 저력을 알 수 있는 화제작. 제미신은 ‘부서진 대지’ 시리즈로 최고 권위 SF문학상인 휴고상 장편 부문을 2016년 이후 3년째 내리 독차지하고 했다. 이 책은 ‘부서진 대지’ 시리즈의 첫 편. 인종차별, 페미니즘 등 각종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높여 온 작가의 치밀하고 방대한 세계관이 고품격의 스토리텔링과 어우러져 대단한 흡인력을 내뿜는다. 세계 SF문학계의 최첨단을 경험하면서 상상력의 지평을 넓히자.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ㆍ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대프니 듀 모리에 ‘지금 쳐다보지 마’(현대문학)
‘서스펜스의 여왕’으로 칭송 받는 영국의 가장 대중적인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단편선을 고루 모아놓은 선집. 모리에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스릴러 명작 ‘새’와 ‘레베카’의 원작자다. 대부분 2차 세계대전 전후에 쓰인 작품으로, 인간이 현대문명 속에서 느끼는 으스스함, 자연과 인간과의 충돌, 인간 자체가 갖고 있는 비합리성과 광기의 발현을 그린다.
사와무라 이치 ‘보기왕이 온다’(아르테)
‘문학에서 보여주는 호러 표현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22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사와무라 이치의 장편소설. 소름 끼치는 괴물 ‘보기왕’을 소재로, 인간의 어둠이 어떻게 무서운 존재를 만들어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렸을 때부터 괴담과 호러를 좋아했던 작가가 동서양 호러의 관습을 한 권에 모두 담았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지난해 영화로도 만들었다.
◇주자덕 아프로스미디어 대표ㆍ장르문학 전문 번역가
소네 케이스케 ‘열대야’(북홀릭)
제62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야쿠자에게 빚 독촉을 당하는 부부와 묻지마 범죄가 절묘하게 교차되는 표제작 ‘열대야’ 등 독특한 상상력과 블랙 유머가 강렬하게 지배하는 호러 단편집. 쉴 새 없는 긴장감과 어두운 인간의 심리묘사, 해프닝과 함께 놀라움을 선사하는 반전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한 여름의 더위를 날려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이마무라 마사히로 ‘시인장의 살인’(엘릭시르)
2017년 각종 미스터리상을 휩쓴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대표작이자 데뷔작. 대학 미스터리 동호회의 두 남학생이 여름 합숙에 참가했다가 좀비에 쫓기게 되고, 숙소 내 생존자 사이에서는 밀실 살인이 발생한다. 좀비의 호러와 스릴러, 밀실 추리의 수수께끼 풀기를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소설.
◇이융희 장르문학전문비평팀 텍스트릿 팀장ㆍ판타지 소설 작가
하이엔드 ‘천재의 게임방송’(문피아)
2019 제5회 대한민국 웹소설 대상작. 게임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반인이 우연히 가상현실게임을 접한 뒤 천재적인 게임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 최근의 트렌드라 할 수 있는 ‘게임방송’을 소재로, 작품성과 대중적인 반응 모두를 이끌어낸 상반기 최고의 웹소설.
디다트 ‘BJ대마도사’(KW북스)
세상을 집어삼킨 가상현실게임 ‘갓워즈’가 지배하는 2034년. 전직 3류 야구선수 출신에 3류 프로게이머였던 주인공이 비 오는 날 우연히 감전된다. 이후 게임 내 숨겨진 정보를 볼 수 있는 ‘신의 눈’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역시나 게임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정다연 로맨스소설 연구자
김수지 ‘상수리 나무 아래’(리디북스)
특유의 문체로 사랑 받는 신수지 작가의 로맨스 판타지. 위대한 가문의 영애지만 신체적ㆍ정신적 학대로 인해 말더듬이에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여주인공이 천민 출신 기사와 정략 결혼을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로맨스. 중세 유럽의 고전을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세계관에, 여주인공의 성장을 지켜보다 보면 시간 가는 것도 잊을 정도.
김휘빈 ‘추상의 정원’(슈가벨벳)
19세기 시민 혁명 이후 프랑스를 배경으로 향수가게 운영자이자 가장인 여주인공과 주인공의 뒤치다꺼리를 해온 남자와의 로맨스. 일과 사랑, 명예와 부, 권력과 지위, 모든 것을 성취하고 싶은 주인공이 향수로 돌풍을 일으키고 여기에 감초처럼 참한 남자 주인공의 로맨스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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