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대북 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북한의 이동통신망 구축에 관여해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중 무역 협상에서 ‘화웨이 암초’가 다시 돌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무역 전쟁 휴전을 맺으면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했으나 대북 제재 위반이 드러나면 화웨이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직 화웨이 직원 등에게서 확보한 내부 문서 등을 통해 화웨이가 2016년 상반기까지 최소 8년간 비밀리에 북한의 상업용 무선네트워크 구축과 유지를 도왔다고 22일 보도했다.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북한의 조선우편통신공사와 지분합작으로 무선통신업체 고려링크를 설립해 3G망을 구축할 때 화웨이가 중국 국영기업 판다 인터내셔널 정보기술과의 제휴를 통해 장비 및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며 깊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부품을 쓰는 화웨이가 북한에 장비를 제공해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파악되면 미국으로부터 추가 제재와 처벌을 받게 된다. 화웨이는 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캐나다에서 체포되는 등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아왔으나 지난달 미중간 무역 전쟁 휴전을 계기로 미국이 제재 완화 움직임을 보여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트럼프 정부가 조만간 일부 품목에 한해 화웨이와 미국기업간 거래를 허용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화웨이가 새롭게 대북 제재 위반 혐의를 받으면서 화웨이를 국가안보의 실질적 위협으로 여기는 대중 매파들의 강경책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과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 등은 이날 성명을 통해 화웨이의 대북 제재 위반이 사실로 드러나면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만간 재개될 예정인 미중 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내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보도했다.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 의사를 피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구글, 인텔 등 7대 정보통신(IT) 기업 대표들과 백악관에서 만나 “적절한 시기에 미국 기업과 화웨이간 거래 면허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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