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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역화효과’와 뇌피셜

입력
2019.07.23 18:00
수정
2019.07.23 18: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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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자 실질적인 패배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언론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일찌감치 클린턴 지지를 표명했던 이들 주류 언론을 겨냥해 트럼프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편향된 언론이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선 직전 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에 공감하는 트럼프 지지층의 비율은 무려 90%에 달했다.

□ 대선이 끝난 뒤 WP는 “트럼프 지지층을 취재하면서도 그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기보다 우리가 원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안도했다”고 자성했다. NYT도 “불과 수개월 전 유럽 언론이 브렉시트 여론조사에서 실패한 것을 보고도 트럼프가 크게 뒤처진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고 했다. ‘역화효과(backfire effect)’는 자신의 신념과 모순되는 증거나 사실이 제시될 경우 반발 심리에 의해 기존의 편견이 강화되는 경향을 뜻한다. 한정된 정보에 따른 비논리적 추론(인지편향)이나 유리한 정보만 선택하는 경향(확증편향) 때문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재선 출정식 직전에도 “망해 가는 NYT와 아마존(의 로비스트) WP, 모두 국민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주류 언론과의 갈등을 지지층 결속의 도구로 삼는다는 평가가 많다. 취임 후 거짓말이 하루 평균 8번이라는 CNN의 분석을 빌자면 그는 ‘거짓말왕’이라 할 만하다. 각종 연설이나 트윗글에서 거짓과 과장, 오해의 소지를 수없이 지적받으니 ‘뇌피셜’의 전형이다. 뇌(腦)와 오피셜(official: 공식 입장)의 합성어인 뇌피셜은 객관적 근거 없이 자신의 생각을 공인된 사실이나 검증된 진실인 것처럼 주장함을 이르는 인터넷 신조어다.

□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수많은 주장이 쏟아지고 토론과 논쟁도 활발하다. 전문가나 관료, 정치인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참여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건 반가운 일이다. 다만 내가 보고 들어 아는 게 전부인 양 해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과도하게 앞세워서는 내부의 상처가 돌이킬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팩트 체크는 기본이고 이견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한일 관계의 인화성, 내년 총선 등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이른바 ‘진영(陣營)의 스피커들’은 새겨야 한다.

양정대 논설위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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