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내로남불” 불만 고조
피의사실 공표죄를 두고 검찰과 경찰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면전 우려까지 나온다.
23일 경찰 고위 관계자는 전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두고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기준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점은 우리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높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건 하나 콕 집어내 문제 삼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심의위는 전날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울산경찰청 경찰관 2명을 입건한 울산지검에 대해 수사를 계속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경찰의 불만에는 이제까지 피의사실 공표를 더 많이 해온 건 대형사건 수사를 도맡아온 검찰이라는 데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경찰은 그 동안 너무 감춘다고 비판받은 반면, 검찰은 오히려 브리핑을 통해 수사상황을 생중계했다는 비판을 받아오지 않았느냐”며 “이번 검찰 수사와 심의위 결정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 말했다.
여기에다 울산지검 건이 불거졌을 때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검찰이 완강하게 거부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지난 달부터 검찰 쪽에 수사협의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수사공보 규칙의 법제화 등을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지검, 울산경찰청이 싸우게 하지 말고, 대검찰청과 경찰청 차원에서 제도적 해결법을 찾아보자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래도 검찰에서 답이 없으면 경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나름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론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로 문제가 됐던 과거 사례를 모으고 있다. 최근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서울남부지검 검사 3명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
기소 이전에 수사기관이 혐의 사실에 대한 내용을 밝힐 수 없도록 한 피의사실 공표죄는 현행 형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범죄 피해를 막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검ㆍ경 등 수사기관은 예외적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할 수 있다는 수사공보준칙을 마련, 적용해왔다. 하지만 추가 피해 우려나 알 권리는 그 경계가 모호해 민감한 사건일수록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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