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부터 서빙까지 자율주행 로봇이 모두 도맡는 ‘메리고키친’ 오픈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3일 서울 송파구에 문을 연 이탈리아 퓨전 레스토랑 ‘메리고키친’.
이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건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 로봇이다.
직원이 음식 쟁반을 매장 내에 있는 두 대의 로봇에 담아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로봇들이 최적의 경로를 계산해 주문자에게 가져다 준다. 이 로봇은 장애물이 나타나면 알아서 피하도록 고안돼 있다. 벽 쪽에도 모노레일을 타고 움직이는 두 대의 로봇이 있다. 마찬가지로 직원이 로봇에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고 음식을 실으면 주문자 테이블 앞에서 멈춘다.
주문할 때도 직원을 부를 필요가 없다.
배달의민족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열어 테이블에 부여된 QR코드를 찍으면 메뉴 확인과 주문, 결제가 한 번에 가능하다. 전체 메뉴를 여러 장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미리 본 뒤 결정하면 된다.
이 식당은 우아한형제들이 스마트오더와 자율주행 로봇의 운영을 맡고 배달의민족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일반 외식업주가 메뉴 구성부터 요리, 직원 채용, 매출을 모두 관리한다. 수익도 전액 점주가 가져간다.
최근 무인주문결제기(키오스크)를 설치한 매장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주문부터 서빙까지 모두 기계가 도맡는 ‘무인화 식당’은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개발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투자의 일환으로 이 같은 미래형 식당을 통해 외식업 관련 기술을 시험하는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8월에도 한국피자헛 서울 목동 중앙점에서 서빙 로봇을 2주 간 시범 운영한 적이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로봇개발 업체와 손잡고 실외형 자율주행 배달로봇도 준비 중이다.
배달 기사가 아파트 단지나 대학 캠퍼스 입구까지 음식을 배송하면 로봇이 이를 건네 받아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전달하는 개념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단지 내에 위험하게 배달 오토바이들이 오갈 필요가 없고 고층건물을 오르내리는 배달 기사들의 고충도 해결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아직까진 시험 단계고 로봇이 인도와 차도 중 어디로 다니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질적인 입법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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