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들, 대전지법에 매각명령 신청… 상표권ㆍ특허권이라 시간 걸릴 듯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압류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재산을 매각하는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23일 도쿄에서 시민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간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ㆍ일 경제전쟁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가 시작됐다.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화해 요구를 외면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나서서 깊은 우려를 표시한 뒤 “한국 정부가 대응하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되받아쳤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3일 “기다림에도 한계가 있다”며 “압류되어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상표권 2건, 특허권 6건)에 대해 매각명령을 대전지법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시민모임 측 조치는 지난해 11월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에게 “피해자 5명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배상문제는 19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끝났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한국측과 일체의 협의를 거부해왔다. 시민모임 측은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90~100세의 고령인 점을 감안,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와 매각 절차를 예고해왔고 이날 단행했다.

관심은 실제적인 ‘현금화 시점’에 쏠린다. 보복을 예고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실제 보복 행동에 나서는 건 현금화 시점이 되리란 예상이 많아서다. 지금으로선 현금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국제 분쟁인데다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예금, 채권, 주식 같은 게 아니라 상표권, 특허권이어서다.

압류된 자산의 매각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상대방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의견을 듣는다. 국가별로 다른데, 영사관을 통하는 미국 등과 달리 일본의 경우 일본의 송달기관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에 한국 법원의 심문서를 전달하고 답변을 들어야 한다.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 서류가 도달하는 데만도 석 달 정도가 걸린다. 다만 미쓰비시중공업이 외국 기업이라 송달이 이뤄지지 않거나, 한국 법원이 정한 기한 내 답변이 없을 경우 법원 직권으로 다음 절차로 갈 수 있다.

그 다음은 압류 자산에 대한 감정절차다. 일종의 가치 평가 작업인데, 적정한 평가를 위해선 감정인 선정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양측의 의견 조율로 감정인이 선정되더라도, 감정 결과가 나오는 데만도 한달 정도가 걸린다. 마지막 단계가 새 주인에게 자산을 넘기는 현금화 단계다. 선뜻 새 주인이 나서지 않을 경우 법원은 채권자, 즉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적당한 방법으로 현금화하라’고 명령하는 ‘특별매각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제껏 협의를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태도로 볼 때 이런 절차에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법원으로써는 미룰 수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강행할 수도 없다. 미쓰비시중공업에 어느 정도 여유를 줄 수 밖에 없다. 여기다 매각대상이 상표권과 특허권이다. 매각, 양도 어느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법원이 현금화 절차를 서두른다 해도 실제 현금화 때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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