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후미코 연구회’ 오자와 류이치 이사 23일 문경서 건국훈장 기증
“가네코 후미코 여사의 건국훈장을 한국에 기증합니다. 한일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박열(1902~74년) 의사의 부인이자 동지였던 가네코 후미코(1903~26년) 여사의 93주기 추도식과 건국훈장 기증식이 23일 박 의사의 고향인 경북 문경시 팔영리 박열의사기념관에서 거행됐다.
일본인으로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받은 인물은 인권변호사인 후세 다쓰지가 처음이고, 지난해 작고한 지 92년 만에 추서된 가네코 여사가 두 번째다. 지금까지 그의 건국훈장은 일본의 일가 친척들이 보관해왔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일본 ‘가네코 후미코 연구회’ 오자와 류이치(79) 이사는 “지난해 가네코 여사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애국장을 이제 박열의사기념관에 기증한다”며 “박열 의사와 가네코 여사는 한일관계의 모범 사례”라고 전했다.
오자와 이사는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저지른 역사적 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일본 시민사회도 노력하겠다”며 “지금은 한일 관계가 나쁠지 모르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가 계속된다면 머지 않아 다시 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박 의사와 가네코 여사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대역죄인’이라고 불릴 만큼, 박하다고 한다. 오자와 이사는 “연구회는 두 사람에 대한 연구와 학술발표 활동을 하고 있다”며 “두 사람의 정신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것이 한일 후손들의 임무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가네코 여사는 충북 청원군 부용면(현재 세종시 부강면)에 살던 고모 아래서 7년 가까이 학대를 당하다 1919년 3ᆞ1운동에 감명받았다. 1922년 도쿄에서 박열 의사를 만나 항일운동에 참여했고, 박 의사를 도와 일왕 부자를 암살하기 위해 폭탄을 반입하다 체포돼 1926년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숨졌다.
그의 묘는 문경읍 팔영리에 조성된 후 방치돼 있다 1973년 독립지사들이 묘역을 정비하고 기념비를 세웠다. 2003년 박열의사기념공원 조성과 함께 기념관 안으로 이장했다. 박 의사는 6·25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뒤 1974년 북한에서 숨을 거뒀다.
가네코 후미코 여사 추도식은 2003년부터 일본의 가네코 후미코 연구회와 함께 매 홀수년 7월 23일엔 문경, 짝수년엔 일본 야마나시에서 추도식을 열고 있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일본의 ‘가네코 후미코 연구회’ 회원 10명과 박열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박인원 전 문경시장, 2017년 개봉한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여사 역할을 맡은 배우 최희서(32)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문경=글·사진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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