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의사실 공표 혐의 수사’에 대해선 언급 안해
퇴임을 하루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이 23일 경찰청을 찾아 민갑룡 경찰청장을 만났다. 역대 검찰총장 중 퇴임 전 경찰청장을 찾아가 인사한 건 문 총장이 처음이다. 앞서 문 총장은 취임 초에도 경찰청을 찾은 적이 있다.
문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았다. 청사 정문으로 마중 나간 민 청장은 문 총장에게 퇴임 준비로 바쁠 텐데 경찰청을 찾아줘 고맙다고 했고, 문 총장은 “지금 퇴임 인사를 위해 쭉 돌고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퇴임 후 인생 2막 계획이 있느냐는 민 청장 질문엔 “인생 2막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문 총장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청장 집무실로 향했다. 두 사람은 2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문 총장은 퇴임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이나 검찰이나 모두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게 첫 번째 임무인데 두 기관이 이를 위해 자주 왕래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퇴임을 앞두고 제가 이런 일을 잘했는지 과연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참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전날 대검찰청이 울산지검이 수사 중인 ‘경찰관 피의사실 공표 사건’을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결정한 데 대해 문 총장은 “조사 중이라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며 답을 피했다.
두 수장이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민 청장은 “제가 취임한 뒤 총장님께서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취지의 글귀를 줬는데 그 글귀를 보고 힘을 얻은 적이 많아 다시 한번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떠난 뒤 기자들을 만난 민 청장은 “떠나시면서 이렇게 관계기관을 다니는 게 쉬운 게 아닌데 인품이 훌륭하신 거 같다”며 “퇴임 1년 남은 저에게 잘 마무리하라고 덕담해줬다”고 말했다. 최근 검경의 새로운 갈등 축으로 떠오른 울산지검의 ‘경찰관 피의사실 공표 사건’에 대해 민 청장은 “피의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가치가 있는 만큼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계속 수사를 한다고 하지만 이런 점들도 고려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을 수사한 검찰 수사관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과 관련해선 “법이 정한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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