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서 사상 최대 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주지사의 ‘막말 채팅’이 이유가 됐다. 대형 재해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대처와 재정 위기, 관료들의 부패로 인해 동요하던 민심에 불이 붙었다. 주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했다고 현지 일간 엘누에보디아와 미국 CNN 등이 전했다. 라스아메리카스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시위대는 푸에르토리코 깃발을 흔들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거나 때로 흥겹게 춤을 추기도 하면서 한목소리로 주지사 퇴진을 외쳤다. 가수 리키 마틴과 대디 양키, 배드 버니, 올가 타뇬 등 푸에르토리코 출신 스타도 시위에 동참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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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에서는 지난 13일 여성과 동성애 혐오 내용 등을 담은 로세요 주지사의 사적인 채팅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연일 주지사 사퇴 요구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열흘쨰로 접어든 이번 시위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13일 푸에르토리코 탐사저널리즘센터가 공개한 주지사의 주정부 내 최측근 11명과 주고받은 889쪽 분량의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로세요 주지사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 여성 정치인을 ’매춘부’라고 부르고, 동성애자 가수 리키 마틴을 비하하기도 했다. 2017년 푸에르토리코에서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마리아의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팅 내용이 공개된 이후 주지사는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으나 사퇴 요구에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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